알라딘 중고서점에 종종 들른다. 집에서 멀지 않은 거리라 참 좋다. 다 읽고 굳이 소장할 생각이 없는 책들은 배낭에 챙겨와 팔기도 하고, 서가를 이리저리 돌며 구경을 하다가 충동구매를 하기도 한다. 그 바람에 내 '위시리스트'와는 통 인연이 없는 책을 읽게도 된다. 온라인서점을 이용하기 시작한 이후로는 좀체 누릴 수 없던 우연의 즐거움이다.
하지만 며칠 전 두어 권을 사 들고 나오면서는 약간의 의아함이 끼어들었다. 이곳의 정체는 뭘까. '헌 책'을 파는 곳일까, '짝퉁 새 책'을 파는 곳일까. 문인들을 그린 일러스트가 벽면에 가득 걸린 매장 입구는 문학적 향취가 물씬 풍긴다. 내부는 환하고 널찍하며, 진열된 도서들은 하나같이 말끔하다. 오래된 책 특유의 먼지나 곰팡내 따위, 없다. 당연한 일이다. 세월의 흔적이나 사람의 흔적이 가득 묻은 책들은 아예 매입을 안 하니까.
그게 오프라인 매장의 운영 비결이긴 할 것이다. 또한 내가 수시로 들락거리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새 책 같은 헌 책을 싸게 살 수 있는 곳. 자투리 시간을 때우기 좋은 쾌적한 곳. 하지만 정녕 이것이 '헌책방의 미래'인가 생각하면 좀 울적해진다. '빈티지'의 아우라가 넘실거리는 헌책방은 이제 머릿속으로나 상상해야 하는 걸까. 몇 십 년 전의 초간본이 서가 한쪽에 나란히 꽂혀 있는 곳. 눈 밝은 주인이 데려온 낡고 귀한 책들이 빼곡한 곳. 그런 곳에 가고 싶다.
시인 신해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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