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후 '탈원전'을 외치던 여러 나라가 2년여가 지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슬그머니 다시 원전 건설에 나서기 시작했다. 동시에 국가간 '원전 거래'도 계속 활발해지는 추세다. 미국과 캐나다, 심지어 일본까지 아시아와 중동 국가들을 대상으로 원전 수출전에 나섰고, 일부 동유럽 국가들도 원전 확대에 열을 올린다.
원전은 사고가 날 경우 반드시 외교적인 문제를 동반한다. 하지만 국제사회는 여전히 원전 안전에 대한 국가 간 책임 소재와 손해배상 문제 공론화에 소극적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훨씬 전부터 이미 원전 사고에 대한 국가 간 책임과 배상 기준을 담은 국제협약은 있었다. 1960년대 서유럽 국가들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도해서 만든 '파리협약'과 그 직후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주도해 만든 '비엔나협약'이다. 그러나 워낙 오래 된 탓에 현실 자체가 지금 실정과 너무 다르다. 배상액수도 턱없이 적다.
그래서 IAEA가 1997년에 미국과 함께 기존 협약들을 보완, 개선한 '원자력 손해를 위한 보충배상협약'을 새롭게 내놓았다. 그러나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지금까지도 이 협약은 발효되지 못하고 있다. 원전 확대와 억제 정책 사이에서 대부분의 나라가 눈치를 보며 가입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도 원전 안전 관련 어떤 국제협약에도 가입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협약이 발효된다 하더라도 원전 사고로 피해를 본 나라가 충분히 배상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고 영향이나 피해 규모를 정확히 가려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세계 곳곳에서 방사성물질이 검출됐지만 지금까지 어떤 배상 절차도 없었다. 수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수입국의 원전에 문제가 생겨 사고로 이어져도 수출국은 책임이 없다. 국제사회에서 통용되거나 나라마다 갖고 있는 원자력 관련 법들은 대부분 원전 사고 때 운영자(수입국)에게 책임을 지운다.
한반도와 그 주변은 동중국해 연안 지역의 중국 원전까지 더하면 지구촌에서 원전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에 속한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방사성 낙진이 후쿠시마 때 편서풍을 타고 태평양 쪽으로 날아간 것처럼 중국 원전 사고 땐 반나절 안에 한반도를 덮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서는 국제사회의 변화를 기대하기가 요원하기 때문에 원전 안전은 자국 내에서 철저히 확보하는 길밖에 없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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