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화 재개가 급물살을 타면서 남북관계의 전환점마다 불거졌던 '사전 물밑 조율설'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북한의 대화 제의부터 우리 정부의 수용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전광석화처럼 전개됐다는 점에서 정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때부터 이를 준비했거나 최소한의 물밑 교감은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물론 청와대와 정부는 "우리가 일관되게 제의한 당국간 대화에 북한이 응답한 것일 뿐"이라며 이 같은 주장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전 조율설의 근거 중 하나는 남북관계의 특수성과 함께 그간의 주요 합의가 대부분 비선라인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이다. 김대중ㆍ노무현정부 당시 남북 정상회담은 물론 이명박정부 때도 2009년10월 임태희 당시 노동부장관이 김양건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과 비밀회동을 갖고 정상회담 문제를 조율했다. 대부분 비밀 접촉 자체를 부인하다가 이후 사실로 밝혀지는 패턴도 동일했다.
특히 이번엔 북한의 회담 제안부터 우리 정부의 공식 역제안까지 불과 7시간이 소요되는 속도전으로 진행됐다. 마치 사전에 준비된 것처럼 일사천리였다. 우리 정부의 숱한 대화 제의에도 '중대조치' 운운하며 위협하던 북한의 돌연한 태도 변화를 놓고 중국의 압박만으론 설명하긴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일부에선 북한과의 접촉 루트를 인수위 때부터 지금까지 가동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지난 1월 최대석 인수위 외교ㆍ국방ㆍ통일분과 인수위원의 사퇴 배경을 놓고도 북한과 베이징 비밀접촉 시도와 관련설이 나돌기도 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이런 관측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7일 기자들과 만나 '인수위 시절부터 북한과 비선이 존재했나'는 질문에 "내가 아는 바로는 그런 일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청와대는 "박근혜정부는 투명성을 원칙으로 하고 있고 대북 문제도 마찬가지"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통일부 역시 우리 정부의 계속된 대화 제의를 북한이 수용했고 준비된 매뉴얼에 따라 대응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원칙을 강조하는 박 대통령도 대북 문제 해결 과정에서 리스크가 큰 민간단체나 공식 라인에 있지 않은 정치인 등 비선라인 배제 원칙을 밝혀왔다.
물론 조직 자체가 보안인 국정원 공식 라인이 이번 대화 재개에 어떤 형식으로든 역할을 했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또 남북관계 특성 상 공개회의로 도출할 수 있는 성과에 한계가 있는 만큼 회담 재개 과정에서 대화 채널 복원 가능성도 제기된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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