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대화의 물꼬는 열렸지만 회담의 성사나 성공적 결론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멀다. 개성공단 정상화와 금강산관광 재개 등 핵심 의제들에 대한 남북 견해차가 적지 않아 사전 조율 단계에서 틀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때문에 남북은 사전 실무접촉에서부터 '디테일의 악마'를 고려하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조언이다.
이번 회담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장관급 회담을 계기로 남북 관계가 급진전돼 한반도 비핵화 논의 재개로 이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진정성이 확인되지 않는 한 비핵화 대화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데다 북한이 핵보유에 대한 태도를 바꿀 가능성이 극히 낮은 만큼 현재로선 예상하기 쉽지 않은 시나리오다.
각론의 핵심 의제에서도 암초들이 도사리고 있다.
금강산 관광재개 문제가 우선 최대의 난제로 꼽힌다. 남북은 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씨 피격 사건으로 6년째 중단된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해 2010년 2월 실무 회담을 가졌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당시 남측은 피격사건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 약속,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 등 3대 조건을 제시했으나, 북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정은 현대그룹회장에게 이미 구두로 약속한 사안들"이라고 주장하며 거부했었다.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직결된 사안인 만큼 3대 조건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북한이 이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물론 북한이 개성공단보다 더 큰 달러 수입원인 금강산관광 재개를 바라고 있어 의외로 전향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회담이 진전되면 북한이 몰수한 정부와 현대아산의 자산을 원상 회복하는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산가족 상봉 재개도 남북간에 인식차가 존재한다. 2010년 11월 이후 중단된 이산가족 상봉과 관련해 정부는 다른 사안과 연계시키지 말고 인도적 차원에서 이르면 올해 안에 상봉을 재개하자고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북한은 쌀, 비료 등의 비공식 지원을 대가로 요구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북한은 지난 해 실무 접촉에서도 5ㆍ24 대북 제재조치 해제 등을 상봉 재개의 조건으로 내 건 바 있다. 물론 북한이 먼저 상봉 재개 논의를 제안했다는 점에서 적극적으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6ㆍ15공동선언과 7ㆍ4공동성명 기념행사의 공동개최도 전망이 밝지는 않다. 정부 공식 입장은 "회담 의제 조율 과정에서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북한 제의를 즉각 수용할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최대 핵심 의제인 개성공단 정상화는 낙관적 시각이 다소 우세하다. 북한이 '달러 박스'인 개성공단 유지를 원하고 있고, 북한이 남북 대화를 제안한 지 하루만인 7일 판문점 통신선을 복원하는 등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대북 문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단 폐쇄 사태 재발 방지 약속이나 공단 관련 남북합의서 개정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북한이 이를 수용할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전망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강윤주기자 k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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