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다리 없이 태어났지만 각 국을 다니며 희망을 전파하는 '희망 전도사' 닉 부이치치(31)는 최근 "전 세계에서 당신의 메시지가 가장 필요한 곳이 어디냐"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한치의 망설임 없이 "한국"이라고 답했다.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 국가였기 때문이다. 그 역시 열 살 때 친구들한테 따돌림을 당해 물이 가득 찬 욕조에 몸을 던지는 등 여덟 살 이후 모두 세 차례 자살을 시도한 바 있기에 한국의 현실이 더욱 안타까웠다.
7일 서울 서빙고동의 한 교회에서 신간 한국어판 출간기념 기자간담회를 가진 그는 "다방면에서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리는 한국 청소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이번 기회로) 한국의 자살률이 좀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호주 출신으로 부모의 도움으로 일반 초중고교와 대학까지 온 그는 평소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며 수영 골프 낚시 등을 즐기고, 왼쪽 발가락 2개로 드럼연주는 물론 타자 등 일상 업무도 문제없이 처리한다.
2005년 미국으로 건너가 비영리법인 '닉부이치치재단'을 설립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강연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이날도 환하게 웃으며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먼저 인사를 건네는 등 구김살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너무나 힘든 시기를 가족의 조건 없는 사랑으로 이겨낼 수 있었어요. 사람들이 저를 '슈퍼 히어로'로 생각하지만, 2년 전 슬럼프를 겪었을 때 아내를 만나 사랑의 힘으로 극복했습니다. 그 얘기를 새 책에 담은 겁니다."
친구 소개로 만난 아내(카나에)와 지난해 2월 결혼한 그는 1년 만인 올 2월 아들을 얻었다. 아내가 출산할 때 곁을 지켰던 그는 "아기가 첫 울음을 터뜨리기 전 두 눈으로 쳐다볼 때 너무 감격해 눈물을 흘렸다"고 했다.
"아기를 꼬옥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침대에 나란히 누워 얼굴을 비비며 교감하는 것뿐이어요. 왜 남들처럼 아기 손을 잡아보고 싶지 않았겠어요. 그 대신 자신감 있고 겸손한 사람으로 클 수 있게 가르쳐 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결혼과 출산으로 가족의 소중함,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격려하고 희망을 준다는 게 얼마나 값어치 있는 일인지 새삼 깨달았다고 했다."세상에서 가장 긍정적인 사람도 힘들고 좌절할 때가 많은데 저는 오죽했겠어요. 지금 그대로의 내가 세상에서 유일하고 가장 귀한 존재라는 사실을 알아야 해요. 우리는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고, 죽을 처지에 놓인 사람을 살려내는 기적을 만들어 낼 힘도 있습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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