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간 장관급 회담 준비 작업이 일사천리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가 6일 북한의 당국간 회담 제의를 수용하고 날짜와 장소를 역제안한 데 이어 7일에는 북한이 사전 실무회담을 제안했고 통일부가 이를 수용하면서 장소를 수정제안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12일 당국자 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지만 남북이 제안-역제안, 제안-수정제안으로 기싸움을 벌이고 있어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회담을 조율하는 와중에 사소한 의견 불일치로 자칫 회담 자체가 틀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날 오전 9시45분 조평통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개성에서 실무접촉을 하자고 제의했다. 또한 남측이 호응하는 즉시 판문점 연락채널을 다시 가동하는 문제를 비롯한 통신ㆍ연락과 관련한 제반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의 6일 당국자 회담 제의에 우리 정부가 '장관급회담 서울 개최' 역제의로 화답한 지 15시간 만에 나온 통신선 재가동 조치다. 북한의 신속한 대응에서는 일단 대화의 의지가 엿보인다.
하지만 북측이 실무접촉 장소로 개성을 제기한 데서는 우리 측이 장관급 회담의 장소로 서울을 제시한 것과 마찬가지로 주도권 경쟁의 속내 또한 읽을 수 있다. 실무접촉을 통해 장관급회담을 제안한 남측의 의도를 파악하고 의제 등과 관련해 사전논의에서 실리를 취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것이다. 현재 개성공단이 가동 중단된 상황이긴 하지만 개성 시내에 있는 자남산 여관에서 회담을 하게 되면 숙식을 해결하며 비교적 장시간 접촉이 가능하다. 주요 의제들에 대한 남측의 견해를 파악하기가 그만큼 용이하다.
이에 맞서 정부가 실무접촉 장소로 판문점을 제의한 것 또한 기싸움 성격이 짙다. 정부는 실무접촉을 그야말로 기술적인 문제에 대한 논의로 국한하겠다는 의도가 강하다. 통일부 관계자는 "내부적 준비과정 등을 감안했을 때 시간적 제약과 장소, 회담 준비상황 등을 고려해 이동하기에 판문점이 더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우리의 수정제안을 받을지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오후 7시쯤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해 오늘은 더 이상 밝힐 입장이 없으며 내일 오전9시에 통화를 재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남북 모두 어떤 식으로든 상대 측의 제의를 조금씩 수정해서 주고 받는 '줄다리기'가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에서도 내심으로는 본회담은 물론 예비접촉 모두 서울에서 '풀 코스'로 회담을 진행하길 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샅바 싸움'에 치중하다 정작 중대한 모멘텀을 깨뜨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현재와 같이 남북이 신경전에 매몰되면 예비접촉의 조율과정에서 한 두 가지의 사소한 항목으로 본회담 성사가 무산될 가능성도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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