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장관급회담이 6년여 만에 재개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향후 6자회담 복원 문제도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남북 회담 외에도 미중 정상회담, 한중 정상회담 등으로 한반도 주변국들이 연쇄접촉을 거듭하고 있어 한반도의 평화 프로세스인 6자회담 재개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물론 여기에는 남북관계 뿐 아니라 북한이 사활적 이해를 걸고 있는 북미 대화 채널이 가동돼야 한다는 전제가 선행돼야 한다.
6자회담은 2008년 비핵화 문제와 관련된 북한의 약속 불이행으로 중단된 이후 표류하고 있다. 북한은 그 동안 2ㆍ3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감행했으며 핵ㆍ경제 병진노선도 채택하면서 상황을 더욱 꼬이게 만들고 있다. 이런 와중에 북한이 전격적인 남북회담을 제의하면서 정체된 비핵화 대화에 새로운 동력을 불어넣을 계기가 확보됐다.
물론 북한이 대화국면으로 돌아선 계기가 한국과 미국, 중국의 '3각 압박공조'라는 외부의 충격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6자회담의 틀로 스스로 걸어들어올 가능성은 희박한 편이다. 북한 최룡해 특사가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각국과 대화를 하겠다"고 한 것도 중국이 '6자회담'을 비롯한 대화의 장으로 나서라는 압박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여부를 가늠할 중대 분수령은 미중 정상회담이라는데 전문가들의 이견이 없다. 우선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이 북한의 태도 변화를 계기로 6자회담 재개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핵문제에 대한 북한의 태도변화가 없으면 대화가 어렵다는 한미 양국과 달리 중국은 당장 비핵화 대화재개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의 시선이 온통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는)로스앤젤레스로 향해 있다"며 "중국이 북핵문제를 풀기 위한 대북특사 파견까지 결정한다면 북한은 6자회담 복귀를 거부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남북대화의 성과와 함께 북미대화 채널 가동도 북한의 입장변화를 추동할 핵심적인 요인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은 핵ㆍ경제 병진노선을 완성하기 위해 중국만 믿고 있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미국의 지원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면서 "북한이 남북대화에 나선 것도 결국은 북미대화로 가는 징검다리가 필요했던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부에서는 남북관계의 개선이 북미대화르 촉진해 6자회담의 재개로 이어질 것이라는 때이른 전망까지 제시하고 있다.
물론 남북관계와 북미대화가 동시다발로 선순환하기에는 걸림돌이 적지 않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남북 장관급 회담을 하고 난 뒤 북미대화 단계에 들어가야 비핵화나 6자회담 복귀여부에 대한 북한의 입장이 나올 것"이라며 "장관급 회담에서 분위기 조성은 있겠지만 북미간 담판에 이르기까지 북한 내부적으로 핵 문제 변화를 위해 필요한 논리와 환경, 시간이 모두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이 6자회담에 자발적으로 걸어나올 수 있는 환경조성에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는 신중론이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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