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감독 아론 울프의 다큐멘터리 '킹 콘(King Corn, 2007)'은 두 청년의 체험을 통해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ㆍ유전자변형농산물)가 어떻게 식품 시스템을 움직이는지 추적한다.
두 청년은 1에이커(약 1,200평)의 밭에서 1만 파운드(약 4.5톤)의 GM옥수수를 수확한다. 하지만 그 중에 자신들이 직접 먹을 '식량'은 1g도 없다. 절반 이상인 5,500파운드는 사료용으로 판매되고, 나머지는 수출되거나 에탄올 등의 재료로 납품됐다. 그들은 더 이상 전통적 의미의 농부가 아니라, 사료회사나 에너지ㆍ화학업체의 원료 공급자였다.
몬산토(Monsanto)와 듀폰(DuPont), 신젠타(Syngenta) 등 다국적 종자ㆍ농약회사와 카길(Cargill) 등 곡물회사가 세계 농업을 쥐락펴락 해온 것은 오래 전부터다. 그 영향력은 무역 자유화와 GMO 재배의 증가로 무섭게 커지고 있다. 전 세계 GMO 경작지는 1996년 170만㏊에서 지난해 1억7,030만㏊로 16년 만에 100배가 늘었다.
한국도 그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국내 종자 시장은 이미 절반 이상이 외국계 회사에 넘어갔고, 종자 로열티로만 172억 원을 지불했다. 곡물 자급률은 22.6%로 사료용을 빼고도 44.5%에 그쳤고, 쌀을 제외한 3대 곡물(소맥, 대두, 옥수수)의 4대 메이저 곡물회사 의존도는 56.9%에 달했다(2011년 기준).
국내 최대 종자회사인 농우바이오의 한지학 박사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곡물자급률은 110%"라며 "우리도 GM 기술 및 종자 개발 투자를 늘리고, 기업형 농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밝힌 농업정책도 그 방향이다.
지난달 25일 '몬산토 반대의 날'을 맞아 52개국 436개 도시에서 약 200만 명이 몬산토와 GMO 반대 시위를 벌였다. 서울 시위를 이끈 GMO반대 생명운동연대 측은 "정부가 말하는 농업은 농민이 아는 농업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들을 만났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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