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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 파워의 전환기… 신흥·구세력이 충돌하는 투키디데스 함정 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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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 파워의 전환기… 신흥·구세력이 충돌하는 투키디데스 함정 조심하라"

입력
2013.06.0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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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의 휴양지 서니랜즈에서 현지 시간으로 7, 8일 진행되는 미중 정상회담의 최대 화두는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이다. 기원전 5세기 아테네가 그리스 문명의 중심으로 떠오르자 충격에 빠진 기존 세력 스파르타는 주도권을 빼앗길 것을 두려워해 전쟁을 일으킨다. 고대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30년 간 지속된 이 전쟁으로 스파르타와 아테네 모두 쇠락의 길을 걸었다고 기록했다. 기존 세력과 신흥 세력의 대립과 긴장이 불가피하게 충돌로 이어진다는 이 논리는 이후의 역사에서도 되풀이됐다. 1500년 이후에만 15회 세계 파워의 변화가 있었는데 그 중 11회는 전쟁을 통해서였다.

그레이엄 엘리슨 하버드대 벨퍼센터 소장은 이날 뉴욕타임스(NYT) 기고문에서 "파워의 전환기에 강대국들은 충돌의 유혹에 빠지게 된다"며 "이번 회담에서 미중 정상은 투키디데스의 함정에서 벗어날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도 100년 전 독일의 경제력이 기존 파워 영국을 추월하면서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며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언급했다. 미국은 이런 점을 의식, 충돌의 불가피성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으로 미중 조기 정상회담을 추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머리를 맞대는 것도 이런 차원에서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과, 강대국으로 급속히 부상 중인 중국이 충돌의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니지만 양국 갈등의 전선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오바마 정부의 핵심 전략인 아시아 중심 정책에 대해 중국은 미국이 군사ㆍ경제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려 한다며 대응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이 최근 중국의 사이버 공격을 군사ㆍ경제 문제로 부각시키는 것은 중국의 부상에 대한 두려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에 대해 중국은 시 주석 체제 이후 신형 대국 관계란 화두로 던지며 미국과 대등한 국제적 위상을 추구하고 있다. CSM은 "양국 모두 서로에게 다양한 불신을 갖고 있다"며 "두 정상이 이런 문제를 긍정적 방향으로 전환시킬 것"이라고 기대했다. 칼럼니스트 파리드 자카리아도 워싱턴포스트(WP) 기고문에서 이번 회담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1972년 중국을 방문, 저우언라이(周恩來) 당시 총리와 연쇄 회담한 끝에 '죽의 장막'을 연 것에 비유했다.

그러나 두 정상이 대만, 인권,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 중국의 핵심 이익이 걸린 사안에서 해법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북한과 이란 핵개발, 자유무역, 상호투자 등 공통의 이해를 갖고 있는 문제에서는 합의를 이끌어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엘리슨 소장은 "미국은 중국의 부상이 필연적으로 세계 최강국 미국에게 역사적 도전인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양국이 충돌을 막기 위해 정상회담뿐 아니라 한 세대에 걸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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