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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원전, 이대로 안전한가] <상> 기로에 선 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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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가는 원전, 이대로 안전한가] <상> 기로에 선 월성

입력
2013.06.07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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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람지 자말 캐나다 원자력안전위 부위원장"젠틸리 2호기 가동중단은 안전성 아닌 경제적 판단… 국가별 안전 기준 따라야"

지난해 11월로 설계수명 30년이 다한 경북 경주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안전을 점검하는 스트레스 테스트가 지난달부터 시작됐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곳곳의 원전이 점점 늙어가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지켜본 국민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노후 원전의 안전을 확보할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다수가 신뢰할 수 있도록 원전의 안전성을 지키는 방법을 모색하고 순환형 원전 기술의 필요성을 제안하는 기획 시리즈를 3회에 걸쳐 싣는다.

월성 1호기를 계속 가동할지 말지는 이르면 올 하반기쯤 결정될 전망이다.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많은 눈이 월성 테스트에 쏠려 있다.

국가 전체 원전 22기를 월성과 같은 유형으로 운영하고 있는 캐나다의 원자력안전위원회(CNSC)는 월성 1호기의 계속운전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국내 의견은 여전히 극명하게 엇갈린다. 월성 1호기의 안전 점검을 둘러싼 오해와 전문가들이 여전히 걱정하는 점은 무엇인지 짚어본다.

"캐나다형 중수로 안전성 우려는 오해"

월성 원전 1~4호기는 모두 캐나다형 중수로(CANDU)다. 캐나다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유형으로 노심에서 핵반응을 일으키는 원료로 천연 우라늄을, 핵반응이 잘 일어나도록 중성자의 에너지와 속도를 줄여주는 감속재와 뜨거워진 노심을 식혀주는 냉각재로 중수(수소 동위원소와 산소가 결합된 물)를 쓴다. 월성을 제외한 국내 나머지 원전은 핵반응 원료로 저농축 우라늄을, 감속재와 냉각재로 경수(보통 물)를 쓰는 경수로다.

중수로를 운전 중인 나라는 한국 외에 캐나다와 인도, 아르헨티나, 파키스탄, 루마니아가 있다. 인도가 짓고 있는 CANDU 모방형 10여 기까지 포함하면 6개국의 총 48기 모두 캐나다형 중수로가 모델이다. 아르헨티나의 아투차 1호기를 제외한 47기는 설계수명이 다 30년이다. 그 중 10기가 설계수명이 지났지만 계속 운전 중이다.

월성 1호기의 계속 운전 여부를 놓고 논란이 한창 가열되던 지난해 12월 마침 캐나다의 젠틸리 2호기가 올해 설계수명 종료를 앞두고 영구적으로 정지됐다. CANDU 개발국조차 설계수명이 다된 중수로를 멈췄으니 월성 1호기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그러나 캐나다 전체 원전의 안전을 책임지는 CNSC는 "젠틸리 2호기 영구 정지는 안전성과 무관한 정치적, 경제적 결정이었는데 한국에는 잘못 알려졌다"고 못박았다. 람지 자말 CNSC 부위원장은 "대규모 설비 교체를 하는 조건으로 CNSC는 젠틸리 2호기에 5년 간 계속운전 허가를 줬지만, 설비 교체에 약 42억 달러나 들 것으로 예상되자 젠틸리 2호기를 운영하는 하이드로퀘벡이 차라리 정지하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전력의 40% 가까이를 원전에 의존하는 것과 달리 캐나다는 총 전력 생산량 중 원자력 비중이 15% 정도밖에 안 된다. 게다가 젠틸리 원전이 있는 퀘벡주는 소비 전력의 90% 이상을 수력으로 충당한다. 어떨 땐 전기가 남아 다른 주에 팔기도 한다. 굳이 어마어마한 비용을 들여서까지 원전을 유지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젠틸리 2호기와 월성 1호기는 처한 환경이 다르다. "(계속운전 여부를 비롯한) 원전의 구체적인 안전성은 결국 나라별로 기준을 적용하고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자말 부위원장은 덧붙였다.

점검 강화…자연재해 외 변수도 대비

월성 1호기의 스트레스 테스트는 CNSC에게도 민감한 사안이다. 원전 운영 경험이 많은 우리나라의 계속운전 허가 여부가 앞으로 세계 원전 시장에서 캐나다형 중수로의 입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CNSC는 캐나다형 중수로의 스트레스 테스트에 후쿠시마 사고 직후 업그레이드된 유럽연합(EU)의 가이드라인을 따르도록 권하고 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역시 지난 4월 말 월성 1호기의 스트레스 테스트 가이드라인을 확정 발표하면서 "여러 해외 원전의 테스트 사례와 국제 환경단체가 제기한 사항을 반영해 EU보다 한층 강화한 평가가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월성을 비롯한 국내 모든 원전이 후쿠시마 사고 직후인 2011년 이미 대대적인 안전 점검을 거쳤다. 이번 테스트가 'EU형'이라면 당시의 점검은 '한국형' 스트레스 테스트였다고 볼 수 있다. 그때는 산ㆍ학ㆍ연 전문가로 구성된 점검단이 원전 설계 기준을 초과하는 지진, 해일 같은 자연 재해가 발생했을 때 큰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결정론적 방식) 설비 개선 등 하드웨어적 대응 조치를 발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에 비해 현재 진행 중인 EU형 테스트는 자연 재해뿐 아니라 강풍이나 강우, 수온 상승, 광역 화재 같은 이상기후나 대형 사고가 일어날 확률에 따라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확률론적 방식) 세부 설비마다 대처 능력을 정량적으로 확인하게 된다. 그러나 계속되는 안전 점검에도 불구하고 원자력에 대한 불신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확하고 객관적인 검증으로 신뢰 얻어야

이번 월성 1호기 스트레스 테스트에 대해 국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원전을 운영하는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이 자체적으로 진행한다는 점이다. 물론 자체 테스트 이후 평가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관련 기관과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검증단에게 검증을 받도록 돼 있다. 한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검증단과 원자력안전위원회 모두 시간이 걸리더라도 테스트 과정 중 발전소에서 나온 데이터의 원본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테스트 후 판단 결과만 적힌 가공된 보고서로는 정확하고 객관적인 검증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테스트 대상 설비나 항목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다르다는 점도 불안을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발전에 쓰고 나서 일정 기간이 지난 사용후핵연료를 콘크리트 건물 안에 쌓아둔 건식 저장 시설에 대해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자는 "이미 식은 상태라 시설 안에선 핵반응 우려가 없다. 콘크리트 건물 자체가 지진에 얼마나 잘 견디는지를 확인하면 된다"고 말했다. 반면 한 원자력사고 전문가는 "워낙 양이 많으니 위험할 수 있다"며 격납 건물(노심을 보호하는 두꺼운 콘크리트 구조물)에 준하는 정도로 점검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CNSC에 따르면 가장 최근에 EU형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친 캐나다형 중수로는 루마니아의 체르나보다 원전이다. "월성 1호기의 테스트 결과를 체르나보다와 비교,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자말 부위원장은 조언했다. 월성 테스트에 미처 고려되지 못한 점은 없는지 외국 전문가들에게 추가 자문을 구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EU 가이드라인과 별도로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 평가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예로 올 초 방송사와 금융사를 강타한 사이버테러의 목표가 원전이 될 위험도 가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100만여 개 부품이 자동화한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원전은 대표적인 사이버테러 취약지다. 또 남북 대치 상황인 만큼 화생방 테러나 미사일 공격 등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대규모 국토 안보 상황에 대해선 국방부 차원에서 이미 점검이 시행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오타와(캐나다)=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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