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의 종합적인 발전'을 약속했던 박근혜정부 정책의 기본 틀이 나왔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민간경쟁체제를 도입하지 않는 대신 공공부문의 경쟁을 도입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수서발 KTX사업은 민간기업이 아닌 철도공사의 출자를 받아 독립적인 공사를 설립하여 기존 철도공사와 비교경쟁 구도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이는 공기업지주회사가 여객, 화물, 유지보수 등 서비스별로 자회사를 운영하는 독일식 방식을 참고한 것이라고 한다. 이 체계가 확립되면 기존 철도공사는 지주회사로 전환되고 서비스별로 자회사가 설립되며, 향후 건설되는 신규노선과 기존 적자노선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자회사로 분리될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지주회사와 자회사간 회계와 경영은 분리되어 지주회사의 영향은 최소화되고 자회사간 경쟁은 치열해지면서 운영 효율의 빠른 개선이 기대된다.
일반적으로 공공성이 높아 우선순위를 갖게 되면 효율성이 약화된다고 한다. 다시 말해 공공성과 효율성은 양립할 수 없는 상반된 개념이라는 것이다. 철도공사에서 주장하는 기존 철도공사에 신규노선 운영권을 맡기는 방식은 공공성에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것에 해당된다. 예전처럼 공공성을 철저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과다하게 소요되어 다른 분야에 투자될 재원까지 가져다 쓰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게 된다. 또한, 신규노선에서 창출되는 수익이 기존 공사의 적자노선과 섞여 경영의 투명성도 손상된다. 박근혜 정부 들어 여야 한 목소리로 복지혜택 확대를 주장함에 따라 재정압박이 갑작스레 크게 늘어난 시기에 철도만의 지나친 공공성 요구는 일자리, 복지 등 국민의 삶과 직결된 정책을 위한 재원의 위축을 가져오기 때문에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한편 전 정부에서 추진해오던 민간경쟁체제 도입 방안은 효율성 강화에 방점을 둔 정책이다. 민간이 하게 되면 공공이 운영하는 것에 비해 차량관리 및 시설관리에 들어가는 인건비를 포함한 비용 측면에서 효율성이 커지고, 범위의 경제를 활용한 사업의 다각화로 수입 또한 개선될 여지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추진 과정에서 야당과 철도공사뿐 아니라 여당 일각에서도 민간경쟁체제가 코레일의 노사관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 및 그 효과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박근혜 정부도 선거공약에서 새로운 민간체제 도입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나타낸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전 정부의 안을 그대로 추진하기는 어려운 상황인 것으로 판단된다.
'철도산업발전검토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새 정부의 초안이 나옴에 따라 이달 중에는 공개토론회를 열어 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할 계획이라고 한다. 지난달 23일 검토위원회 내용을 중심으로 정부의 방안이 나오면서, 철도의 민영화는 추진되지 않는다는 내용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그러나 철도노조 등은 여전히 '분할민영화를 위한 꼼수'라고 주장하고 있고, 정부가 제시한 수서발 KTX 운영방안은 '출자회사 설립비용 추가 발생', '출자회사의 독립경영 어려움' 등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일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정부안 어디에도 민영화를 추진한다는 내용은 없으며,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민간경쟁도입 방안의 후퇴와 민영화 중단 등이 오히려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수서발 KTX 운영도 정부의 합리적인 역할을 통해 선로배분 등을 조정한다면 코레일의 부당한 경영간섭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고속철도 도입 이후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철도기술을 보유하게 되었다. 만일 새로운 운영체계 도입으로 철도사업의 수익성이 입증된다면 철도관련 수출이 가능해질 것이고 이에 따라 많은 일자리도 만들어질 수 있다. 이제 지혜를 모으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모두 함께 모색해야 할 때인 것 같다.
황기연 홍익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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