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갱의 굴곡진 삶은 수많은 소설, 영화로 변주됐다. 가장 널리 알려진 것으로 영국 작가 서머싯 몸의 대표작 '달과 6펜스'가 있다. 억압적 현실(6펜스)에서 벗어나 영혼과 관능의 세계(달)를 추구한 고갱의 삶을 극적으로 엮은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을 쓰기 전 발표한 장편소설 '인간의 굴레' 에도 고갱을 모델로 한 화가가 등장한다.
201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바르가스 요사의 장편소설 '천국은 다른 곳에'는 '여자 체게바라'로 불린 고갱의 외할머니 플로라 트리스탄과 고갱의 삶을 통해 19세기 정치, 예술사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이밖에 고갱의 방랑벽에 초점을 맞춘 헤닝 칼슨 감독의 '오빌리 창가의 늑대'(1986), 고갱의 인간적 면모를 따스하게 비춘 마리오 안드레아치오 감독의 '파라다이스 파운드'(2003) 등 영화도 제작됐다.
많은 미술 작가 중에 유독 고갱의 삶이 다른 예술작품으로 변주되는 까닭은 타히티 섬에서의 원시적인 생활과 존재의 근원을 탐구한 예술 세계가 매력적으로 다가온 까닭이다. 극적인 로맨스, 당대 지식인들과의 폭넓은 교류 등으로 이야기성도 풍부하다. 페루에서 프랑스, 덴마크, 타히티로 이어지는 폭 넓은 활동 반경은 스케일이 큰 장편소설, 대중영화 소재로 낙점되는 요인이기도 하다.
'존재하지 않는 것들의 도움이 없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 것인가'
바르가스 요사가 소설 '천국은 다른 곳에' 첫머리에 인용한 폴 발레리의 말처럼, 살아볼 수 없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 고갱에 관한 소설, 영화를 계속 만들게 하는 게 아닐까.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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