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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View] 반인권 타깃 된 대테러전의 상징… 관타나모 폐쇄 추진 '거대한 암초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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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View] 반인권 타깃 된 대테러전의 상징… 관타나모 폐쇄 추진 '거대한 암초밭'

입력
2013.06.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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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미국 역사상 첫 흑인 대통령이 된 버락 오바마는 취임식 다음날 호기롭게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를 선언했다. 조지 W 부시가 주도한 '테러와의 전쟁'의 상징인 관타나모 기지를 폐쇄함으로써 새로운 시대를 밝히겠다는 그의 의지는 그러나 의회의 반대에 부닥쳐 좌절됐다.

지난달 23일 오바마 대통령은 관타나모 폐지를 재천명했다. 이번엔 민주주의와 도덕을 명분으로 내세우며 중동 지역의 무인기 공격을 자제하고 관타나모 기지 폐쇄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다.

오바마의 정치적 숙원인 관타나모 폐쇄는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타임지는 관타나모 수감자들 변호를 맡고 있는 데이비드 리메스를 인용해 "그럴 가능성은 제로(0)"라고 단언한다. 그 이유는 수용소에 어떤 사람들이 수감돼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현재 수감된 166명 중 해외 이송 승인을 받은 사람은 86명이다. 이중 예멘인은 56명으로, 미국 정부는 이들의 본국 송환을 위해 지난달 말 예멘 정부와 협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 공화당은 수감자 중 가장 덜 위협적인 이들의 석방조차 반대하고 있다. 2007년 풀려나 예멘으로 돌아간 사이드 알시흐리가 결국 알카에다 2인자 자리에 올라 미국을 위협했다는 것이 이유다.

86명을 예멘 또는 제3국으로 보내는 것에 성공한다고 해도 진짜 문제는 무기한 감금 대상자로 분류된 46명이다. 오바마의 구상은 이들이 미국에서 특별군사법정이 아닌 민간법정에서 미국인들과 동등한 권리를 가진 채 재판을 받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바마는 그렇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저버렸다. 2009년 9∙11 테러 주모자인 칼리드 셰이크 모함메드를 미국 법정에 세우려고 한 계획이 의회의 반발로 실패한 후 대통령은 보수 세력의 거센 압박에 시달렸고 결국 2011년 관타나모 수감자들이 민간법정에서 재판받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국방수권법에 서명했다. 의회가 수감자들을 미국으로 이송하는데 찬성할 리도 없지만 찬성한다 해도 이들은 미국 법정에서 재판을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수감자를 재판 없이 무기한 감금하는 것은 미국 헌법에 어긋난다. 23일 선언에서 오바마는 이와 관련한 뚜렷한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다만 "관타나모 폐쇄 절차에 뜻을 모을 수 있다면 법적인 문제는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는 모호한 말만을 했을 뿐이다.

무엇보다 관타나모 폐쇄에 가장 큰 걸림돌은 오바마 자신이다. 그가 한 수용소 폐쇄 선언에는 응당 있어야 할 인권 보호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가 없었다. 오바마는 "적법하고 효과적인 군사 전술이라고 해도 모두 현명하고 도덕적일 수는 없다"는 말로 자신의 정책을 부시 정권의 비윤리적인 대테러정책과 차별화하려고 했다. 그러나 관타나모 기지를 폐쇄하겠다고 말했을 뿐이지 그 곳에서 지금도 자행되고 있을지 모를 물고문과 불법 장기구금까지 중단하겠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 수용소의 처우에 불만을 품고 단식투쟁에 들어간 100여명 중 35명은 하루에 두 번씩 의자에 묶여 코에 꽂은 호스를 통해 강제로 음식물을 투여 받고 있다. 강제 급식은 국제법상 폭력 행위에 해당한다.

관타나모 폐쇄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던 리메스 변호사는 "오바마 대통령 재임 중 쿠바에 있는 관타나모 수용소가 없어질 수는 있겠지만 미국 대테러 정책의 상징으로서의 관타나모는 절대로 폐쇄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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