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사이의 대화 분위기가 빠르게 무르익고 있다. 정부가 북측의 당국자 회담 제의를 신속히 수용, 12일 서울에서 장관급 회담을 열자고 적극성을 보이자 북측은 즉각 이를 평가하면서 9일 개성에서 실무접촉을 열자고 화답했다. 북측은 또 남북간 연락채널을 열라는 우리측 요구도 수용, 어제 오후 2시부터 판문점 적십자 연락채널이 다시 가동에 들어갔다. 정부가 이례적으로 신속한 북측의 호응에 적극적으로 맞장구를 친 것까지 일사천리다.
그제와 어제 이틀 사이에 빠르게 흐르기 시작한 남북대화의 물길은 그 동안의 군사적 긴장에 비추어 미심쩍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북측의 반응을 즉각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시작'으로 해석할 수 있었듯, 동기나 배경에 대한 이런저런 의심에 매달리기보다는 우리의 일관된 요구를 받아들였다는 모습이 중요하다. 남북 양측이 서로 상대에 대한 의심으로 허송세월을 하는 대신 모처럼 마련된 대화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살리는 것이 대화와 화해의 물길을 이어나가는 지름길이다. 당장은 9일의 개성 실무접촉부터 성공시켜 12일의 서울 장관급 회담 성과를 기약할 수 있도록 열과 성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정부가 북한과의 대화에 얼마든지 자신 있게 임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대북 군사대비 태세의 안정이다. 어제 전군지휘관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신뢰 프로세스의 기본 토대는 강력한 국방"이라고 확인했듯, 수개월 동안 거듭된 북한의 군사 위협에도 한미동맹을 포함한 안보 대비태세는 흔들림이 없었다.
더욱이 북측이 의제로 제시한 개성공단 문제나 금강산관광 재개, 남북이산가족 상봉 등은 오랫동안 정부와 국민이 줄기차게 북한에 요구해 온 우선 관심사를 망라한 것이다. 개성공단 진출 기업이나 현대아산, 이산가족 등 이해관계자는 물론이고 대다수 국민이 함께 기뻐하는 일에 정부가 인색할 이유가 없다.
신뢰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아니라 대화를 통해 의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쌓인다. 그로써 우발적 군사긴장과 충돌도 완충해낼 수 있다. 국민은 차분히 지켜보고, 정부는 착실하고 유연하게 대화에 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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