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총리가 강경 대응을 천명하자 시위대가 대규모 주말 집회를 개최하기로 하는 등 터키 사태가 긴장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6일 "시위대에 테러리스트가 있다"며 시위의 원인이 된 탁심광장 내 공원 재개발 계획을 철회하지 않겠다고 고집했다. 북아프리카 순방을 마무리 짓는 이날 에르도안 총리는 혼란을 조장하는 배후 세력이 있다며 2월 수도 앙카라의 미국 대사관에 폭탄 테러를 한 무장단체를 거론했다. 도심 녹지 훼손 반대 운동으로 시작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확산된 이번 사태의 원인을 일부 극단주의자와 외부세력의 선동으로 돌린 것이다. 총리는 7일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했을 때도 "시위는 민주적 정당성을 상실했다"고 주장했다. 최루탄 등을 이용한 과잉 진압 지적에 대해서도 "최루탄을 사용하지 않는 국가는 없다"고 반박했다.
총리가 강압적인 태도를 굽히지 않자 거리는 다시 분노에 휩싸였다. 탁심광장에서 시위 중인 25세의 세나이 더머스는 "총리는 (시위대의 요구를) 들을 생각이 없다"며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예술가, 지식인 계층도 시위를 지지하고 나섰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오르한 파무크는 5일 "(총리의) 억압적인 태도를 보면 앞으로 정부가 더욱 권위적이고 독단적으로 나갈 것임을 알 수 있다"고 비난했다.
강경 발언을 할 때마다 시위가 격화하는 것을 알면서도 에르도안 총리가 태도를 굽히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보수층 지지자들을 의식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보수 이슬람 세력의 지지로 11년간 총리 자리를 지켜온 그가 시위대에 양보하면 정치적 입지에 훼손을 입을 것이란 계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보수와 개혁 진영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던 총리가 한쪽을 선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코라이 칼리스칸 보스포루스대 교수는 "터키가 양 갈래 길에 서 있다"며 "에르도안은 더 이상 터키를 민주주의 모델로 내세울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대의 분노가 한껏 고조된 가운데 이번 주말 앙카라에서 대규모 시위가 예고돼 있다. 일각에서는 주말 시위가 10년 만에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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