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뒤쪽(오금)을 당겨 넘어뜨리고, 상대를 들어서 허리를 사용해 제압할 수 있다."
파란 눈과 블론디 헤어를 가진 이국 여자의 입에서 씨름 기술이 하나 둘씩 나온다. 오금당기기와 들배지기 기술을 설명하는 스웨덴 출신의 리샤 우럽손(22)은 그야말로 신바람이 났다. 리샤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리는 제4회 월드씨름대회 출전을 앞두고 씨름의 매력에 대해 술술 늘어놓았다. 그는 파란 눈을 가진 '여자 이만기'의 탄생을 예고했다.
들배지기 오금당기기 기본
씨름 초보 리샤는 스웨덴 출신의 동료 2명과 함께 월드씨름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프랑크푸르트를 찾았다. 186㎝의 큰 키에 늘씬한 몸매를 가진 리샤는 모델에 가까운 체형이라 씨름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깜짝 놀랄만한 씨름 기술이 쏟아져 나왔다. 리샤는 "격투기 도장에 같이 다니는 동료가 하는 것을 보고 씨름을 알게 됐다. 처음 봤을 때는 별로 힘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해보니 전신 운동이 되는 좋은 스포츠라 생각했다"고 씨름에 대한 첫인상을 밝혔다.
70㎏ 이하급에 출전하는 그는 계체량 통과를 위해 체중 조절까지 하며 이번 대회를 준비했다. 그는 "일주일 2, 3회씩 해변에 가서 씨름을 연습했다. 무릎이 닿지 않고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기술들을 많이 연마했다"고 설명했다. '어떤 씨름 기술을 구사하나'라는 질문에 "무릎을 당겨서 하는 기술(오금당기기)과 허리를 이용해 상대를 눕히는 기술(들배지기)을 주로 연습했다"고 답했다. 메이크업 아티스트인 그는 타이복싱과 그래플링(MMA)을 즐기면서 한국 민속 스포츠인 씨름도 지난해 8월부터 배우고 있다. 이봉천 전 스웨덴 한인회장을 통해서 전파된 씨름은 자국 젊은이 사이에서 흥미로운 스포츠로 각광 받고 있다고 한다. 리샤는 "초기에는 샅바만 잡고 해야 해서 어려운 점이 있었다. 하지만 샅바를 통해 다양한 기술을 쓸 수 있어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활짝 웃었다.
순간 스피드, 샅바 매력에 흠뻑
리샤와 함께 온 동료 한네스 오스트람은 지난해 부산에서 열린 3회 월드씨름에 참가했던 남자 선수다. 오스트람은 당시 외국인 중 유일하게 한국 선수를 제압하고 4위를 차지한 실력파. 리샤와 오스트람은 역동적이고 속도감이 있는 씨름의 매력에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시작과 동시에 빨리 승부가 나고 스피디하게 경기가 진행돼 흥미롭다." 샅바를 통해 힘을 배분하고 기술을 구사하는 방법도 익히고 있다. 리샤는 "힘이 세다고 해서 이길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적절히 힘을 배분하고 머리를 써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둘은 '세계 천하장사'가 되기 위해선 균형 감각, 타이밍, 순간적인 힘이 중요한 것 같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씨름의 세계화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리샤는 "하는 것도 재미 있고, 보는 것도 흥미롭다. 샅바만 있으면 누구든 할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세계적으로 사랑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며 "만약 친구가 씨름을 하지 않았으면 이 종목에 대해서 몰랐을 것이다. 따라서 연맹이 마케팅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라며 소신을 밝혔다. 또 그는 모래에서 하는 이색 종목이라는 점도 씨름의 매력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리샤는 "기회가 되면 한국에 가서 씨름에 대해 더 알고 싶다. 또래 친구들에게도 씨름을 가르쳐주겠다"며 '파란 눈의 씨름 전도사'를 약속했다.
프랑크푸르트=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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