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던 우리나라 전통주를 복원하고, 대중의 술로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배상면 국순당 창업자가 7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고인의 삶은 온전히 술의 원료인 누룩과 함께 했다. 대구에서 태어난 고인은 경북대 농예화학과를 다닐 때부터 미생물 연구반을 만들어 누룩 연구를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 1952년 대구에 기린 주조장을 경영, 기린 소주를 개발해 성공을 거뒀다. 자신의 호도 '또 누룩을 생각한다'는 의미에서 '우곡'(又麯)으로 지었다.
고인은 82년 옛 문헌에서 찾아낸 '생쌀발효법에 의한 전통술 제조'방법으로 특허를 취득하고 이듬해 국순당의 전신인 배한산업을 창업했다.
91년 개발한 '백세주'는 소주 맥주 위스키가 전부나 다름없었던 국내 주류시장에 '전통주'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었다. 그 때까지 전통주는 가내공업 형태로 제조됐으며, 지역특산주나 관광주 정도로만 판매돼 대중의 사랑은 전혀 받지 못했다. 백세주 돌풍에 힘입어 96년에는 전통술연구소와 전통술 박물관을 열었고, 2002년에는 '배상면주류연구소'를 설립해 전통주 복원사업과 후학 양성에 힘썼다.
슬하의 자녀들에게 전통주 연구 가업을 전승했다. 장남 중호씨는 '국순당'을, 장녀 혜정씨는 '배혜정도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차남 영호씨는 '배상면주가'를 창업했다.
고인은 척박한 전통주 시장을 이끌 후학양성을 위해 2009년 78억원 어치의 주식을 전량 처분해 양조학교 설립에 투자했다. "한국을 대표할 만한 우리 술을 만들기 위해 생의 마침표를 찍는 날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연구하고 또 연구할 것"이라는 평소 말대로 고인은 마지막까지 전통주 연구를 놓지 않았다고 국순당 측은 전했다.
유족은 부인 한상은씨와 중호·영호·혜정 등 2남 1녀. 빈소는 서울 송파구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발인은 10일 오전 10시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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