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를 장악하라. 세계를 장악하게 될 것이다. 식량을 장악하라. 그러면 세계 인민들을 장악하게 될 것이다." 미국 국무장관을 지낸 헨리 키신저의 저 말을 가장 충실히 따르는 기업이 세계 농업시장을 장악한 몬산토와 듀폰이다.
몬산토의 역사는 19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초 생산품은 인공 감미료인 사카린. 몬산토가 만든 사카린은 당시 신흥기업이었던 코카콜라에 전량 판매됐다. 인체 유해성이 밝혀져 1974년부터 생산이 금지된 폴리염화비페닐(PCB), 고엽제 후유증으로 악명 높은 '에이전트 오렌지'도 몬산토의 작품이다. 듀폰은 1802년 미국 월밍턴에 세워진 화약회사였다. 남북전쟁과 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종합 화학회사로 발돋움, 2차대전 때 핵폭탄 개발사업인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도 했다. 인류 최초의 합성섬유인 나일론과 오존층 파괴의 주범으로 꼽히는 프레온가스 등이 대표적 개발품이다.
두 회사는 1980년대 중후반 이후 농업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한다. 광고와 홍보를 통해 환경 파괴 기업이라는 이미지 위에 농업 기업에 걸맞은 친환경 이미지를 덧씌웠다. 이른바 '녹색 세탁'을 한 것이다.
친환경이라는 가면 뒤에선 '세계 인민 장악'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GMO를 비롯한 농산물 종자 특허권이 주요 무기다. 종자 특허권을 스스로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농업의 중성자탄'으로 불리는 터미네이터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유전자 변형으로 2세대엔 저절로 불임이 되는 '자살씨앗'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 자살씨앗이 자연 수분을 통해 다른 품종들을 모조리 오염시킬 경우 전 세계의 식량주권은 이들 대기업의 손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섬뜩한 가정을 하는 이들도 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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