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담백한 동시, 있는 그대로 전해지는 동심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담백한 동시, 있는 그대로 전해지는 동심

입력
2013.06.07 11:34
0 0

'착하다/ 착하다/ 자꾸 그러지 마세요/ 위, 아래, 오른쪽, 왼쪽 꽉 막힐 때도 있는걸요/ 좋은 마음이 빠져나올 틈/ 없을 때도 많다구요'('고백')

동시를 쓰는 어른의 시선은 때론 익숙한 서사를 고리타분하게 꼬아 놓아 펄떡거리며 살아 숨쉬는 힘을 잃고 만다. 의 저자는 담백하게, 있는 그대로의 동심을 직구로 던진다. 특별한 기술을 부리지 않은 신인 작가의 동시집은 그래서 자연스레 손이 가게 이끈다.

현직 초등학교 교사인 저자는 제 안의 아이와 자기 시를 읽는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소박하지만 착한 마음으로 시를 썼다고 밝혔다. 어린 시절 자신을 끄집어 내 그때 그 마음을 펼쳐 놓았다.

따듯한 시각으로 쓴 시들이 편안하게 술술 읽힌다. 할머니 꽁무니를 졸졸 쫓아다니는 닭들과 개가 있는 외할머니 댁 풍경이 정답고(할머니, 부르면 개들이 월월월 달려 나오고/ 짝짝짝, 손뼉 치면 닭들이 쪼로로 달려 나오고// 집보다 마당이 더 넓다/ 집 식구보다 마당 식구들이 더 많다), 이웃들의 사랑 속에 큰 동생을 심청이에 비유하며 허락된 인연에 대한 감사하는 마음이 훈훈하다(앞집 할머니한테 이야기 한 자락 얻어듣고/ 뒷집 아저씨한테 욕 한바가지 얻어듣고 (중략) 우리 동생은 심청이다/ 온 동네 사람들한테 젖 얻어먹는다/ 온 동네 사람들이 우리 동생 함께 키운다).

수록작 중에는 한자의 뜻과 모양을 이용한 파자시라는 실험적인 형태의 시도 여러 편 있어 새로운 재미를 더한다. 해설을 쓴 이안 시인은 "감정의 과잉이 없고, 언어 운용에도 허튼 낭비가 없다"며 특히 "바탕이 순정하여 든든하고 미덥다"고 칭찬했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