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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자장면·찜닭… 오늘도 당신은 종일 GMO를 먹었다

입력
2013.06.0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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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자장면·찜닭… 오늘도 당신은 종일 GMO를 먹었다

그린피스 활동가가 지난 2003년 GMO 반대운동의 일환으로 독일 베를린의 의사당 건물 앞뜰에 설치된 할로윈 가면 모양의 옥수수 팻말들 사이를 지나가고 있다. 한국일보자료사진
그린피스 활동가가 지난 2003년 GMO 반대운동의 일환으로 독일 베를린의 의사당 건물 앞뜰에 설치된 할로윈 가면 모양의 옥수수 팻말들 사이를 지나가고 있다. 한국일보자료사진

직장인 A씨는 두유로 아침식사를 해결하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서둘러 출근한 뒤 오전 업무를 마친 그가 고른 점심 메뉴는 자장면. 식사 후엔 시럽을 탄 커피를 마셨다. 저녁엔 회사 동료들과 찜닭을 먹었고, 퇴근 후 친구와 팝콘과 콜라를 마시며 영화를 봤다. 그냥 헤어지기 서운한 마음에 튀김 안주에 가볍게 맥주를 마신 후 집으로 돌아왔다.

평범해 보이는 A씨의 하루 식단. 하지만 이날 그가 먹은 음식들엔 모두 직ㆍ간접적으로 GMO가 포함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GMO는 이미 식탁 위에 자리잡은 것이다.

GMO는 1996년 몬산토의 GM 대두가 본격적으로 재배되면서 상업화했다. GMO가 국내에 수입되기 시작한 정확한 시점은 알 수 없으나, 처음 알려진 건 1998년 국정감사를 통해서였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최소 15년 동안 GMO 가공식품을 먹어온 셈이다.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2012년 국내에 식용ㆍ사료용으로 수입된 LMO(Living Modified Organismsㆍ생식, 번식이 가능한 상태의 GMO)는 총 784만톤으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GMO 수입대국이다. 이중 식용은 191만5,000톤, 사료용은 592만5,000톤이었다. 금액으로는 8억8,481만7,000달러에 달한다. 수입된 LMO는 식용 기름이나 전분당 및 각종 식품첨가물로, 소 돼지 닭 어류 등의 사료로 가공된다.

A씨의 식단으로 되돌아가보자. 그가 아침에 마신 두유. 지난달 8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시중에서 판매되는 14개 업체의 과자 두부 두유 등 135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GMO 표시 제품은 하나도 없었다. 각 업체의 소명자료에서도 삼육식품의 두유 제품만 GMO 옥수수기름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에 명시된 GMO 표시 기준은 ▦원재료 중 많이 사용한 5가지에 포함돼야 하며 ▦제조ㆍ가공 후에도 유전자재조합, DNA 또는 외래단백질이 남아 있는 식품으로 ▦두부 고추장 된장 전분 과자 빵 두유 등 28가지 식품에 한정돼 있다. 옥수수기름엔 단백질 성분이 없기 때문에 두유에 GMO 옥수수기름이 포함됐더라도 표기할 의무가 없다는 얘기다.

최준호 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표시 규정이 없는 옥수수유와 식용유 간장 물엿 등의 제품, 분리대두 단백이나 전분 등을 사용하지만 5대 원재료 안에 들지 않는 햄이나 소시지 등은 대부분 GMO를 사용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또 외식업체나 일반 식당은 싼 GMO 포함 제품을 사용할 가능성이 크지만 소비자로선 알 수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위 내용을 종합해보면 A씨는 자신도 모르는 새 자장면에 들어간 춘장, 커피에 탄 시럽, 찜닭 양념에 들어간 물엿과 간장, 찜닭 재료인 (GMO 사료를 먹인)닭과 당면, 팝콘, 콜라, 튀김에 사용된 기름, 맥주 등을 통해 GMO 식품을 섭취했다. 191만톤이 넘는 식용 LMO는 이런 방식으로 일상에서 소비되고 있다.

GMO 가공식품과 사료의 국내 공급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세계 곡물시장의 4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곡물 저장ㆍ가공업체 카길은 최근 국내에 대규모 사료공장과 대두유 유지가공공장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카길은 2010년 2월과 11월 충청남도 등과 MOU를 체결, 내년 하반기에 세계 최대 규모의 사료공장을 완공할 예정이다. 이 공장은 연간 87만톤의 사료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길 측은 대두공장에 대해서는 "프로젝트 점검 중"이라고 밝혔다.

과학적 논란이 여전한 GMO의 인체 유해성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소비자가 GMO 식품을 알고 선택할 권리는 있어야 한다는 게 시민단체의 주장이다. 실제로 2011년 실시된 국민 인식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8.1%가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의 GMO 원료 사용 여부를 표시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으며, 49.9%는 GMO가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김은진 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모든 식품이 원료를 기준으로 표시하고 있는데, GMO 표시만은 최종 상품에서의 검출 여부로 따지는 건 옳지 않다"며 "또 2006년 식품위생법 개정을 통해 모든 원재료를 표시하도록 한 만큼 GMO 표시 기준도 주요 5개 품목이 아닌 모든 원재료로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는 GMO가 원료로 사용된 식품은 DNA나 외래단백질 잔류 여부와 원료 비율 순위에 관계없이 GMO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다.

김 교수는 또 현재 콩(콩나물도 표시대상) 옥수수 면화 사탕무 감자 등 8개로 제한된 GMO 표시대상 농산물에 대해서도 "2006년 8월 미국에서 재배가 승인되지 않은 GM 벼가 유통돼 우리나라에도 수출된 적이 있다"며 "일부 품목에 대해서만 심사를 거쳐 표시할 경우 표시제의 의미를 잃어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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