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북 당국간 회담을 제의하면서 내세운 의제 가운데 핵심은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다. 4월3일 북한의 일방적인 통행제한 조치로 가동 중단된 개성공단이 사태 발생 65일만에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그 동안 우리 측의 당국간 회담 제의를 외면한 채 입주 기업체의 방북 허용만 촉구해 왔다. 그러던 북한이 입장을 바꾼 것이기 때문에 당국간 회담이 시작되면 개성공단 정상화 문제가 본격 논의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 조평통이 담화에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국제관광특구에 대한 남조선 기업가들의 방문과 실무 접촉을 시급히 실현할 것을 제의한다"면서 연락ㆍ통신선 재가동 의사를 밝힌 점도 개성공단 사태 해결에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재발방지책이 없는 당장의 공단 재가동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박근혜 대통령도 "'무책임한 행위'의 재발을 방지할 틀을 마련하기 전에는 개성공단을 여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밝힌바 있다.
때문에 회담이 성사되더라도 사태의 책임 소재와 재발 방지책 등과 맞물려 정상화에 합의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신중한 관측도 나온다. 상황에 따라서는 우리측이 근본적인 재발방지책으로 '개성공단 국제화'나 '비무장지대(DMZ) 세계평화공원' 구상 등의 카드를 내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커 보이지 않는다.
5년 가까이 중단된 금강산 관광재개는 개성공단보다 더 어려운 문제다. 금강산 관광은2008년 7월 관광객 박왕자 씨가 북한군 초병의 총에 맞아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5년 가까이 중단됐으며 북한이 금강산 내에 설치된 각종 우리 측 자산을 몰수해 선결할 문제가 산적하다. 특히 북한이 독자적인 국제관광을 추진하기 위해 특구법까지 만들고 현대에 제공했던 개발ㆍ관광사업 독점권을 박탈한 상태라 원상회복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수도 있다.
때문에 정부는 당국간 회담이 열릴 경우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재발방지책 마련, 신변안전 보장 제도화 등 '3대 선결조건'을 지난 정부에 이어 또다시 제기할 공산이 커 보인다. 또 북측이 우리 정부 및 현대와 체결한 기존 합의서의 효력을 부활하는 문제와 관련해 북한에 전향적인 조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세부 의제가 난제긴 하지만 북한이 관광 재개에 적극성을 보이는 만큼 회담 결과에 따라 극적 타결될 수도 있다.
6ㆍ15선언 13주년 행사의 남북 민관 공동개최나 7ㆍ4공동성명 41주년 기념행사 공동개최 문제는 우리 측이 덜컥 받아들이기 어려운 의제다. 북한은 박근혜 대통령의 선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합의된 7ㆍ4남북공동성명 발표를 기념하는 공동행사를 제안해 박근혜 정부를 배려하는 모양새까지 보였다. 하지만 정부로서는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시인과 사과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국내 보수여론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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