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 부품 시험성적서를 위조한 성능 검증업체가 해외로 수출된 한국형 원전에 대해서도 검증을 진행 중인 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원전 관련 수출산업에 불똥이 튀고 있다.
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우윤근(민주) 의원실에 따르면 새한티이피는 현재 포스코 계열사인 포뉴텍이 요르단에 납품할 예정인 시험용 원자로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의 검증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한티이피는 최저가 낙찰 방식의 입찰을 거쳐 사업을 따낸 뒤 MMIS의 내진, 내환경, 전자파 시험 등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업체는 앞서 지난해 4월부터 한국이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한 브라카 원전(BNPP) 1~4호기의 안전등급 충전기, 인버터, 전압조종용 변압기 등 안전과 직결된 부품 검증도 실시하고 있다.
새한티이피가 검증 작업 중인 부품 가운데 아직까지 납품이 완료된 것은 없다. 문제는 이들 제품 대부분이 독자기술에 기반한 수출 물량이라는 점. 요르단 원자로 수출은 연구용 원자로와 건물, 방사성 동위원소 생산시설 등을 요르단과학기술대 캠퍼스 안에 설치하는 사업으로 2010년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수주했다. 규모는 5㎿급으로 작지만 국내 최초로 원자력시스템을 일괄 수출했다는 점에서 기술분야의 국제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9년 200억달러에 수주한 브라카 원전도 시험 그래프가 위조된 것으로 확인된 신고리 3ㆍ4호기와 같은 한국형 신형경수로(APR 1400)를 채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직접적 결함이 발견되지 않더라도 비리에 연루된 업체가 검증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한국형 원전의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달 28일 부품 위조 파문이 터졌을 당시 한국수력원자력 측은 "브라카 원전은 신고리와 달리 외국산 케이블을 사용해 수출에 영향을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지만 요르단이나 UAE가 불법 혐의가 밝혀진 업체의 참여 이유를 들어 용역 계약을 해지하고, 검증 작업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한다면 납품 지연과 함께 그에 따른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실제 포뉴텍 측은 "존립이 위태로운 새한티이피가 계약을 이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해 검증이 지연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계속된 악재로 원전수출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UAE에 이어 또 한 번의 '잭팟'을 노렸던 터키 원전 수출협상은 이미 지난 4월 최종 결렬된 상태. 한국정부가 3년 넘게 공을 들였음에도 사업권이 일본으로 넘어간 것이다. 일본은 엔저에 따른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아베 총리가 중동을 비롯, 동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등 한국이 원전수출 전략지역으로 삼은 주요국을 누비며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당장 베트남과 핀란드, 사우디아라비아 등 한국이 원전건설 참여를 결정한 국가에서부터 일본과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데, 부품 위조 파문까지 터져 악재만 늘어난 꼴이 됐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한국은 한미 원자력협정을 통해 핵연료재처리나 우라늄농축 등 원전 관련 기술지원에서 제한을 받고 있다"며 "기술이나 품질보다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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