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들의 광폭 질주가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내수시장에서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수입차들은 최대판매 기록을 매달 갈아치우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수입차들의 대공세 중심엔 고급 프리미엄 브랜드 아닌 대중브랜드가 있다. 수입차가 중산층 시장까지 잠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수입차 업체들은 지난달 신규 승용차 시장에서 1만3,411대(등록대수 기준)를 팔아 4월에 세운 최대 판매기록(1만3,320대)를 한 달 만에 갈아치웠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하면 무려 13.7% 성장한 것. 전월과 비교해도 0.7% 성장했으며, '월 1만대 판매' 기록은 15개월 연속 이어졌다.
이 같은 실적은 국내 완성차 5개사가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1.2%의 역성장을 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대중 브랜드들의 성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키워 놓은 수입차 시장을 이제 대중 브랜드들이 바통을 받아 끌고 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실제'부동의 1위' BMW는 절대 물량(2,663대)으로 1위를 이어갔지만, 작년 5월에 비해 10.8% 급감했다. 벤츠도 1,995대를 팔아 작년보다 6.8% 성장하긴 했지만 전체 수입차 시장이 같은 기간 14% 가까운 성장을 한 것에 비하면 평균 이하 성장이다. 물량 면에서 미미하지만 '프리미엄 소형차'를 표방한 미니(MINI)의 경우도 작년보다 11.8% 줄어든 461대를 파는데 그쳤다.
반면 지난달 1,314대를 팔아 치운 도요타는 작년에 비해 무려 52.7%의 성장을 기록했고 혼다도 467대를 팔아 61% 성장했다. 도요타의 경우 전달 실적과 비교하면 무려 128%나 성장한 수치다.
일본차만 선전한 게 아니다. 미국 빅3 자동차 제조사 중 한 곳인 포드도 지난달 657대를 팔아 작년 실적보다 44%나 성장했다. 포드 관계자는 "한국의 수입차 시장 규모가 연 10만대를 넘기면서 프리미엄급 차량 뿐만 아니라 좀 더 대중적인 브랜드에도 기회가 열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투자확대와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벌인 성과가 슬슬 가시화 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드의 경우 지난해 2011년 대비 마케팅 분야 투자만 3배로 늘렸고 딜러망 확충을 위해 작년 한해 570억원을 투자했다. 독일의 폴크스바겐도 작년보다 33% 가량 늘어난 1,952대를 팔아 꾸준한 성장세를 과시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차만 호조였다면 엔저효과 때문이라고 하겠지만 다른 미국 독일의 대중차들도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을 보면 수입차 시장의 주도권이 바뀌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 주자가 없던 상황에서 포드와 도요타 등 글로벌 대중 브랜드들이 이 대열에 본격 합류함에 따라 국내 수입차 시장도 변곡점을 맞았다는 것이다.
이들 수입 대중차들의 타깃은 국내 중산층이다. 때문에 국산차에겐 더욱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가격차도 크지 않아, 이들의 질주는 계속될 것이란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환율에 이어 FTA 효과가 반영되고 있어 수입차들은 이제 대중차 시장에서도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면서 "국산차의 내수부진에는 수입차 영향도 있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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