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가 자국 문화 보호를 위해 배수진을 쳤다. 자국이 속한 유럽연합(EU)과 미국이 진행 중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문화산업이 예외 대상에 포함되지 않으면 협상에서 빠지겠다고 한 것이다.
6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니콜 브릭 프랑스 무역장관은 최근 EU의 행정부에 해당하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에 보낸 서한에서 "(협상 대상에서) 영화와 음악 등 시청각 서비스 부문을 제외하지 않으면 미국과의 FTA 협상은 개시도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올해 초 EU와 미국은 수년간 정체된 FTA 협상을 재개하고 2년 안에 FTA를 체결하기로 했다. 그러나 신입국 가입과 대외협정 체결은 EU 27개 회원국 수장들로 구성된 이사회의 만장일치 의결이 원칙이어서 프랑스가 반대하면 EU와 미국의 FTA 체결은 불투명해진다.
프랑스는 문화산업을 대상으로 하는 세제 혜택과 보조금 정책 등을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FT는 "프랑스가 미국과의 FTA 협상에도 문화적 예외 원칙을 적용하려 한다"고 전했다.
문화적 예외는 국가별 문화적 다양성을 위해 문화상품은 협정에서 제외할 수 있다는 개념으로 1993년 관세및무역에관한일반협정(GATT)에서 처음 제기됐다. 프랑스는 이 원칙을 법률에 명시하고 할리우드영화 등 영어 문화의 확산을 막기 위해 최소 40%의 자국음악 라디오 방송 송출, 책값 할인 제한, 자국 영화산업 지원 등을 시행하고 있다.
17, 18일 북아일랜드에서 열리는 주요8개국(G8) 정상회의에서 미국과 모든 산업분야를 대상으로 FTA를 협상하려던 영국의 계획은 점차 가능성이 희박해지고 있다. FT는 "EU 27개 회원국 가운데 독일을 포함해 16개국이 자국 문화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프랑스에 동조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문화에 이질감이 없는 영국은 문화산업의 FTA 협상 조건 채택 여부에 상관이 없지만 FTA를 앞두고 프랑스와 독일 등 유로존의 단결력은 점차 강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FT는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문화적 예외를 넘어서는 안 될 선(레드 라인)으로 여기고 있다"며 "최근 EU와 중국의 무역전쟁보다 더 치열한 싸움이 프랑스와 영국ㆍ미국 간에 일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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