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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대화 급물살] 한·미·중 삼각공조에 밀린 북한 '통미봉남' 깃발 일단 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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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대화 급물살] 한·미·중 삼각공조에 밀린 북한 '통미봉남' 깃발 일단 내려

입력
2013.06.0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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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6일 남북 당국간 회담을 전격 제의한 이면에는 북한이 처한 상황 등과 관련한 복잡한 속내가 드리워져 있다.

무엇보다 시점이 공교롭다. 북한은 미국과 중국간 정상회담(7, 8일)을 불과 하루 앞둔 시점에서 남북 대화에 응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통일부가 지난 4월 이후 네 차례 회담을 제의했지만 거들떠보지 않던 것과 상반된다. 때문에 마지못해 남한에 손을 내밀면서 정작 시선은 미중 양국을 향해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미중 양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등의 의제로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되자 북한이 굴욕적으로 꼬리를 내렸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화를 위한 징검다리로 남한을 선택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한미 양국은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의도를 간파하고 '평양에서 워싱턴으로 가려면 서울을 거쳐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터다. '핵무력-경제건설' 병진 노선 실현 등을 위한 외부 지원이 시급한 북한으로서는 대미 관계 복원이 필수적인데 직접 채널이 막힌 상태라 남한이라는 우회로를 택했을 수 있다.

대남 위협 공세로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을 잡고 외부 지원도 끌어내겠다는 전술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현실도 북한이 대화 카드를 꺼낸 배경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2월 3차 핵실험 이후 긴장을 조성하며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려 했다. 그러나 한국, 미국, 중국 등 주변국의 공조에 번번이 막혔다. 이 과정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지난달 혈맹인 중국에 특사를 보냈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북한이 회담 의제로 개성공단 정상화, 금강산 관광 재개를 제의한 것으로 볼 때 경제적 손실을 만회하겠다는 의도도 읽을 수 있다. 개성공단은 연간 9,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안정적 수입원이자 북한 근로자 5만3,500명의 일자리였다. 북한은 공단 잠정 폐쇄로 이들을 재배치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북한은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중국인 관광객을 끌어 모으려 하고 있지만 성과가 신통치 않다.

이처럼 북한은 국면 전환을 위해 남한과의 대화에 나서야 하는 외통수에 몰려있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 회담 의제로 우리 정부가 부정적 입장을 밝힌 6ㆍ15선언 공동행사를 제안하는 등 기선을 놓치지 않겠다는 의도도 내비쳤다.

따라서 대화 제의만으로 남북관계의 급진전을 점치는 것은 섣부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대남 위협이 실패하면서 북한은 대화를 선택했지만 한반도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또 다른 카드에 그칠 수도 있다"며 "회담 의제선정이나 실제 논의과정에서 무리한 요구를 내세워 온갖 트집을 잡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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