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경제학자 빌프레도 파레토는 통계학상으로 상위 20%의 사람들이 80%의 부를 차지하는 경향이 있다는 '80대 20'의 법칙을 발견했다. 그는 이 법칙이 경제 뿐 아니라 국가 기업 개인 등 사회 각 분야에 적용되는 보편적 가치라고 설명했다.
80대 20의 법칙은 세계화, 정보화, 자본이동의 자유화를 통해 점차 확대돼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는 승자독식 사회로 귀결된다. 전세계 부자 20%가 전체 부의 84.7%를 차지한다. 350명의 세계 부호들의 재산이 지구촌 빈곤층 25억명이 가진 재산과 비슷하다.
세계화는 필연적으로 경쟁과 도태를 수반한다. 살아남은 20%와 도태된 80%의 계급분화가 이뤄진다. 전체의 20%만이 안정된 생활 속에서 자아실현을 하는 반면 80%는 불안정한 고용이나 실업상태에서 비참하게 생활한다.
미국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라는 저서에서 렉서스의 최첨단 자동차 생산라인을 세계화로, 올리브 나무를 가족 지역사회 민족 종교 등의 전통가치로 비유하면서 비록 엄청난 저항이 있지만 세계화와 시장경제를 물리칠 수 없는 유일한 이데올로기로 간주했다.
프리드먼은 또 는 저서에서 세계화 시대는 선진국이건 후진국이건 출신지와 관계없이 창의와 열정을 가진 개인이 성공할 수 있는 개인 경쟁력의 시대라고 선언했다. IT기술 혁신에 따른 저렴해진 비용으로 개인이 세계와 경쟁하고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만들어진게 그 근거다. 과거의 세계화는 국가와 글로벌 기업이 주도했으나 오늘날의 세계화는 컴퓨터와 인터넷 그리고 각종 소프트웨어로 무장한 개인이 주도한다.
이런 지식기반사회는 다른 사람보다 더 많은 지식과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이 조금이라도 많은 수익을 얻는다. 지식기반사회가 도래하면서 지식의 원천소스로서 상상력과 창의력의 근원이 되는 독서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나폴레옹, 링컨 등 시대의 아이콘이 된 위인의 배경에는 독서의 힘, 지식의 힘이 컸다, 나폴레옹은 전쟁터에서도 마차에 책을 잔뜩 실은 '진중 도서관'을 운영했다. 링컨은 학교 앞에 가본 적도 없지만 당시 귀했던 책을 외울 때까지 큰소리로 낭독하는 특유의 독서방법을 통해 연설과 토론 등 정치인의 자질을 쌓아 갔다. 미국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암기한다는 유명한 게티스버그 연설문은 그래서 가능했다.
박근혜 대통령 창조경제의 성공사례로 인용되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해리 포터의 저자 조앤 롤링은 유명한 독서광이다. 이들은 책을 통한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거대한 부의 성을 쌓았다.
책에서 유래된 유명 브랜드도 많다. 롯데는 독일의 문호 괴테의 의 여주인공 샤를 롯데의 이름에서 나왔다. 스타벅스는 미국작가 허먼 멜빌의 에 나오는 스타벅이라는, 열정적인 성격에 다정다감하면서 커피를 매우 좋아하는 항해사의 이름에서 따왔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SNS 스마트폰 게임산업 등이 급성장하면서 독서인구가 급감 추세에 있다. 이에 따라 지식생산을 담당하는 저술, 출판, 도서유통 산업 등 모든 상상력과 창의력의 원천이 되는 지식생태계 산업이 활력을 잃고 있다.
번영과 불안이 교차하는 탈산업화 시대의 한국경제 경쟁력은 거대한 정부도 거대한 자본도 아니다. 개인 경쟁력을 키우고 개인의 역동성으로 승부할 수 밖에 없다. 지식기반사회에서 개인 경쟁력으로 승부하려면 모든 문화산업의 원천인 출판 생태계 산업의 복원이 절실하다.
정부는 늦은 감이 있지만 작년 7월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을 설립해 우수출판기획안 지원 등 출판진흥과 전자출판 및 해외진출 지원, 공공도서관 설립, 독서운동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출판 생태계를 되살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책 읽는 국민, 힘 있는 나라가 되려면 위기에 처한 지식생태계를 살리는 것이 최우선이 돼야 한다. 책이 일자리고, 책이 경쟁력이다.
남진수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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