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의 살갗이 벗겨지고 가려운 만성 손 습진. 주부들만 걸리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관련 학회가 조사해보니 사무직, 학생 등도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환자 절반 이상이 만성 손 습진으로 수면 장애까지 겪고 있어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대한 접촉피부염 및 피부알레르기학회가 전국 13개 대학병원에서 만성 손 습진으로 진료를 받은 353명을 조사한 결과 주부가 24.9%(88명)로 가장 많았으나, 사무직(11.3%ㆍ40명), 학생(7.6%ㆍ27명) 등도 10% 안팎으로 적잖은 비율을 차지했다.
만성 손 습진은 손바닥, 손가락 등에 생긴 습진이 3개월이 넘도록 낫지 않거나 1년 안에 두 번 이상 재발하는 경우를 말한다. 비누와 세정제 같은 자극 물질이나 물에 장시간, 반복적으로 노출돼 접촉피부염이 발생하면서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무 니켈 향수 같은 특정 물질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이 이들 물질에 의해 염증이 생기면서 발병하기도 한다. 아토피 피부염이 손 습진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피부가 벗겨지면서 피가 나고, 주먹을 쥘 수 없을 정도로 부어 일을 하는 데 방해가 되는 것도 문제이지만 삶의 질 저하는 더 심각하다. 환자의 76.2%(269명)가 만성 손 습진 때문에 손을 내밀기 부끄러워 '대인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69.4%는 '우울하고 불안한 감정이 든다'고 답했다. 가뜩이나 예민해져 있는 상태에서 까칠해진 손이 이불에 스치면서 내는 소리와 손 가려움증 등으로 잠을 설치는 사람도 55.8%에 달했다.
이 학회 노영석 회장(한양대 의대 교수)은 "증상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치료해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손을 씻을 때는 뜨거운 물보다 미지근한 물로, 씻은 후에는 손가락 사이를 잘 말리고 고무ㆍ비닐장갑 안에 면장갑을 끼는 등 생활 습관 교정을 통한 예방법도 제시했다. 학회는 12일 오후 2시 서울아산병원을 시작으로 전국 6개 병원에서 만성 손 습진 치료와 관리법 등에 대한 강좌를 연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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