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권거래소에서도 가끔 영어 발음 문제가 화두가 된다. 영국 유럽 미국 등 여러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 뒤섞여 일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좋은 예가 data의 발음이다. 사전에는 '데이터' '대-러' '다-터' 모두 가능하다고 나오지만 '데이터'는 영국과 미국 양쪽에서 쓰이는 발음인 반면 '대-라' '대-러' 발음은 미국에서만 들을 수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 영국 일부에서는 '다-터'로 발음하는 사람도 많다. 가장 권위 있다는 미리엄-웹스터 사전에서도 이 세 가지 발음을 모두 소개한다.
좀 더 정확히 구분하자만 영국에서는 데이터(92%), 다-터(6%), 대-러(2%)인 반면 미국에서는 데이터(64%), 대-러(35%), 다-터(1%) 순으로 나온다. 그러나 방송이나 일상에서 받는 느낌으로는 미국은 '대-러' 발음이 가장 흔하고 영국에서는 '데이터' 발음이 훨씬 많다. 여기엔 a 발음의 역사적 변천 과정과 최근 추세가 반영돼 있다.
영어 단어에서 a는 기본적으로 '에이' '어' '애' '오'로 소리 나는데 최근에는 '애'와 '에이'가 압축되어 혼재하는 상황이다. 강조하고 싶은 경우엔 '에이'[ei]로,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애'[æ]로 발음하는 식이다. 이때 [æ] 발음은 장음 표기가 없어도 실제로는 '애~'라고 길게 소리 내야 한다. 영어 좀 하는 사람도 때론 길게, 때론 짧게 내야 할 이 소리를 정확하게 처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 독립운동 시절의 정치가 벤저민 프랭클린은 발음이 멋졌다고 한다. 당시 문화적 중심지였던 필라델피아 사람들은 calm, what 등의 a 발음을 cam이나 hat에서처럼 짧게 처리하는 게 특징이었다. e 사운드도 약하게 발음해 get, chest, general 등의 단어가 git, chist, gineral처럼 들렸다. 요즘 같으면 이런 발음은 사투리라며 배척을 받겠지만, 보스턴 등 미국 동북부와 남부 지역에는 지금도 그 잔재가 남아 있다. 이런 발음의 배경에는 사전 편찬자였던 노아 웹스터의 공로가 컸다.
미국인 친구가 data를 '대-라'로 발성할지라도 그 발음이 유일한 표준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여러 가지 발음을 뒤섞어 쓰기보다 한 가지만 골라 일관되게 발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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