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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로 쪼개 16명이 한반… 소통은 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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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로 쪼개 16명이 한반… 소통은 두배"

입력
2013.06.06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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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살면서 소영이만큼 자기 표현을 당당하게 하는 여학생을 본 적이 없다. 남자인 나도 그렇게 못해봤는데 부럽다. 여성 지도자감이다."

서울 강동구 선사고 1학년 4-B반 정소영양은 중학교 때까지 이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공부엔 관심이 없고 밖으로만 돌았던 정양에게 선생님들은 으레 "네가 그렇지"라며 무시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같은 반 친구는 정양의 좋은 점을 발견하고 이야기해주었다. 지난 한 달간 담임 강명희 교사가 진행한 '자존감 찾아주기 프로젝트'에서 있었던 일이다. 매일 한 명씩 같은 반 친구를 관찰하고, 칭찬해 주는 프로젝트다.

5일 끝난 이 프로젝트는 선사고의 한 학급 학생 수가 16명에 불과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강 교사는 "처음에는 그냥 '착하다'고 얘기하던 아이들이 나중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휴지를 줍더라'며 친구들을 면밀히 지켜본 걸 얘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학생 수가 30명이 넘는 보통 고교 학급에서는 전체가 돌아가면서 이야기하기도 어렵고 아이들도 그룹이 나뉘기 십상이다. 하지만 '16명 학급'은 친구들 한명 한명이 모두 돈독한 관계다. 왕따도 없다.

선사고가 운영하는 '작은학급제'의 모습이다. 2011년 혁신학교로 문을 연 이 학교 교사들은 '어떻게 하면 교육적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학급 당 학생 수를 줄여보자는 데 의견을 모았고, 작은학급제를 고안했다. 30명 정도인 한 학급을 둘(AㆍB반)로 나눠 수업 외에 조ㆍ종례 등 학급 활동을 각자의 반에서 한다. 보통 10분인 조회시간을 선사고는 창의적체험활동 시간으로 편성, 30분간 쓴다. 16명 학생과 교사가 차를 마시며 얘기를 나누고, 자존감 찾아주기 프로젝트나 모둠 활동, 학습플래너 쓰기, 학급회의 등을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강 교사는 "한 학급에 30명이 있을 때는 다 돌보지 못했고, 빠져나가는 애들도 있었지만 지금은 16명이 한눈에 들어온다"며 "교사와 학생간 밀착관계가 일반 고교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작은 학급은 아이들의 변화부터 불러왔다. 학기 초에는 복도에서 교사와 마주쳐도 인사도 하지 않던 아이들이 두 달이면 먼저 다가와 농담을 건넬 정도로 바뀐다. 1학년 7-A반 담임 권재호 교사는 "아이들 눈에서 독기가 빠진다"고 표현했다. 교직 경험 속 가장 큰 변화다. 권 교사는 "학생이 많을 때는 어쩔 수 없이 강압적으로 대하게 되는데 소규모면 한 명씩 불러 이야기해도 여유가 있어 교사가 권위적이 될 필요가 없다"며 "아이들이 스스로 고민을 얘기하기 시작하고, 그 고민을 매개로 더 깊은 관계를 만들어 간다"고 덧붙였다.

2012년 교육부는 선사고를 본 따 학교폭력 근절대책의 일환으로 '복수담임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학생 수는 그대로인 채 한 반에 정ㆍ부담임 2명을 두는 식이어서 학교현장의 원성만 사고 실패했다. 작은학급제의 취지는 학급 당 학생 수를 줄여 단 한 명도 교사 눈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데 있다.

정소영양은 '나는 이런 학교가 좋다'에 대해 쓰는 시간에 '담임이 내 편인 학교'라고 썼다. "옆에 있던 선생님이 '네 편이 되어줄게'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중학교 때는 공부를 잘 안 했는데 이제는 마음 잡고 공부해 보려고요."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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