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동 ○○클리닉 성형외과 의사, 마취 중인 환자에게 성희롱.' '강동구 M의원 성형외과 의사, 불법 개조한 수술도구 사용해 체포.' '성형외과 의료진 프로포폴 오남용.'
최근 인터넷을 비롯한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된 문구들이다. 요즘 하도 이런 사례가 잦다 보니 성형외과 의사에 대한 편견마저 생기고 있다. 많은 성형외과 의사가 돈벌이에 급급하고, 연구와는 담 쌓고, 치료보다 미용에만 관심 있을 거라고 쉽게들 오해할 만하다.
보다 못한 성형외과 전문의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이들 문구에 등장하는 의사들 대다수가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지난달 말 각 언론사에 공문을 보내 "최근 5년간 성형 관련 부정적 보도 50여 건을 자체 조사해본 결과 대부분이 비전문의가 진료하는 병원이었다"며 "성형외과 전문의에 대한 오해를 부추기는 표현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전체 의사의 약 75%는 의대를 졸업하고 4년 간 수련기간을 거쳐 전문과목을 진료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전문의'다. 현재 성형외과 전문의는 약 2,000명이다. 이 가운데 강의나 연구만 전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실제 시술이나 수술 등 각종 성형 진료를 하는 성형외과 전문의는 1,200명 정도고, 이들이 개원한 의원은 전국 977곳이다.
그런데 대한성형외과의사회에 따르면 실제로 크고 작은 성형 관련 진료를 하는 의원급은 1만 곳이 넘는다. 보톡스를 비롯해 성형 진료에 쓰는 약, 기구 등을 구입한 의원들을 파악해 추정한 수치로, 성형외과 전문의가 개원한 의원 수의 약 10배다. 성형 진료를 하는 의원의 대략 90%에는 성형외과 전문의가 없다는 얘기다.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가 성형 진료를 하는 게 불법은 아니다. 국내 의사의 약 25%를 차지하는 비전문의는 의료기관의 간판에 전문의가 아닌 진료과목으로 표기하는 등 의료법에 명시된 규정을 지키면 성형외과 전문의가 하는 진료를 할 수 있다.
환자를 성희롱하고 불법 수술도구를 쓰고 약을 오남용하는 의사는 물론 극히 일부일 것이다. 이 때문에 소신 있게 연구하고 성심껏 진료하는 많은 전문의들이 '도매금'으로 몰지각한 의사로 몰려선 안될 일이다. '진료과목 성형외과'와 '성형외과 전문의'의 차이는 환자들도 알아야 한다. 동시에 성형외과 전문의들도 한번쯤 스스로를 되돌아보길 바란다. 환자들이 성형외과 전문의라면 정말 믿고 그 손에 자신의 인생을 걸어도 괜찮을지 좀더 확신할 수 있도록 말이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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