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남양유업 사태 직후 '을(乙) 살리기' 법안을 잇따라 발의하면서 6월 국회에서 입법 경쟁을 예고해 왔다. 여야는 '갑(甲)의 횡포'를 막기 위한 입법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갑을 상생'에, 민주당은 '을 보호'에 방점을 찍고 있어 법안의 세부 내용을 두고 양측 간 힘겨루기가 전망된다.
갑을 문제를 둘러싼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시각 차이는 양당이 지난달 31일 의원워크숍에서 각각 선정한 6월 국회 중점법안 목록에서 확연하게 드러난다. 새누리당의 111개 중점 법안에는 이른바 '남양유업 방지법'이 빠졌다. 남양유업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새누리당 이종훈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집단소송제 도입 ▦피해자의 행위금지 청구제 도입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새누리당은 의원총회를 열어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집단소송제 등에 대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지만 벌써부터 지도부에선 과도한 입법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민주당은 '남양유업 방지법'으로 불리는 대리점 거래 공정화법 제정안을 포함해 '을을 위한 34개 법안'을 주요 추진법안으로 선정했다. 대리점 거래 공정화법은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발의한 이후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과 민주당 이언주 의원도 유사한 법안을 잇따라 발의한 상태다. 이들 법안은 대리점 본사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매출액 3% 이내 과징금 및 손해액 3배 범위 안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과 표준대리점 계약서 사용 의무화, 대리점사업자단체 구성 허용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야가 발의한 남양유업 방지법은 정무위 법안소위 단계부터 격론이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김기현 정책위의장은 지난 3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남양유업 사태에서 을에 대한 갑의 횡포가 너무 심했다는 점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면서도 "무조건 을만 지킨다고 하면 갑이 죽어버려서 병(丙)ㆍ정(丁)의 설 곳이 없어진다"고 신중론을 폈다. 반면 민주당은 불공정한 갑을 관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김한길 대표가 '을을 위한 정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만큼 남양유업 방지법 처리는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회경기자 herm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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