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여대생 공기총 청부살해사건'의 발단은 마담 뚜의 전화 한 통화였다. 중견기업 회장의 부인 윤모씨는 신랑 집에 7억원을 주기로 하고 마담 뚜로부터 사윗감으로 판사를 소개받았다. 결혼이 성사되면 마담 뚜는 양측에서 수수료를 받는 게 관행이었다. 그런데 판사는 수수료 3,000만원을 주지 않았다. 앙심을 품은 마담 뚜는 판사의 여자관계를 윤씨에게 흘렸고, 윤씨는 엉뚱하게 판사의 사촌 여동생을 의심해 애먼 희생양으로 만들었다.
▲윤씨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 불륜사실을 확인하려다 실패하자 자신의 운전기사로 일하던 조카에게 1억7,500만원을 주기로 하고 청부살해를 지시했다. 이들의 범행은 결국 들통나 2004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윤씨는 돈으로 조카를 회유했다. 가족에게라도 돈을 남겨줘야겠다고 생각한 범인들은 윤씨 지시대로 청부 사실을 번복했고, 윤씨는 이들을 위증죄로 고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8년이 지난 2010년에야 재판이 끝나 형이 확정됐다.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윤씨의 그릇된 행태는 교도소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2007년 유방암 치료를 핑계로 형집행정지 허가를 받은 이래 6년 동안 12가지 병명의 허위진단서를 이용해 대학병원 VIP 병동에서 생활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입원 중에는 가정사 등의 사유로 외박, 외출까지 했다. 최근 방영된 SBS 제작진 의뢰로 진단서를 훑어본 전문의들은 진단서가 의심스럽다고 했다. 비난 여론을 의식한 검찰은 윤씨의 형집행정지를 전격 취소하고 그녀를 재수감했다.
▲피해자 하모씨의 모교인 이화여대생들이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재학생과 졸업생은 모금을 해 허위 진단서와 형집행정지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신문광고를 냈다. "대한민국에서 더는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용납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대생들은 일반인까지 참가하는 2차 모금을 실시, 지하철과 버스에도 광고를 게재하기로 했다. 이제는 검찰이 이들의 물음에 답할 차례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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