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이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작은 휴양도시 란초미라지로 쏠리고 있다. 이곳에 있는 유명 휴양지 서니랜즈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7, 8일 정상회담을 한다.
2기 오바마 정부의 양국 관계 청사진이 마련될 이번 주요2개국(G2) 정상회담은 형식부터 파격적이다. 백악관 관계자들은 4일(현지시간) 전화회의(콘퍼런스콜)에서 "회담이 전례가 없고 검증되지 않은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두 지도자는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1박2일 동안 공식ㆍ비공식 만남을 네 차례 가질 예정이다. 이 때문에 회담 3일 전인 이날까지 정상회담의 대미인 공동성명의 발표 여부가 정해지지 않는 등 대부분의 일정이 유동적이다. 이렇게 해서 최소 6시간의 마라톤 정상회담이 보좌관 1~3명만 배석시킨 채 진행된다. 회담은 G2 정상회담에 걸맞지 않은 아주 작은 규모로, 실질적이고 진솔한 대화를 위한 비공개 위주로, 그리고 공식방문과 달리 격식에 얽매이지 않도록 짜였다. 회담도 정상회담(summit)이 아니라 약식 만남을 뜻하는 미팅(meeting)으로 표현됐다.
넥타이를 푼 채 격의 없이 진행될 회담은 각본 없는 대화를 하도록 구성됐다. 북한과 사이버안보 등의 현안을 제외하면 의제도 정하지 않고 상호 관심사에 대해 광범위한 토론을 하도록 했다. 이 같은 파격적인 회담 방식은 시 주석이 백악관의 제안을 수용해 가능했다.
외교적 격식을 중시해온 중국의 이전 지도자들과 다른 시 주석에 백악관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백악관 측은 "시 주석이 중국 체제에서 확고부동한 지도자로서, 이전 중국 지도자들과 다르게 자신의 입지를 신속하게 다졌다"며 "공식ㆍ비공식 대화를 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말했다.
회담의 주된 이슈는 상호 관심사인 북한, 영유권 분쟁, 해양안보라고 백악관 측은 설명했다. 양국 군대 간 협력, 중국의 인권 탄압 문제도 거론될 전망이다. 오바마는 특히 사이버 안보가 미국에 대한 위협인 점을 강조하고 중국의 국제법 준수와 해킹 방지를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향후 4년을 함께 할 두 지도자가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게 우선이어서 이번 회담에서는 이례적으로 합의문이 나오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백악관 관리들은 북한 문제가 주요 의제인 사실을 확인하고 이 사안이 지역 안보와 안정에 직접적 영향을 준다는 점에 두 정상이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위협과 불안의 핵심 요인은 북한이 계속해서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능력을 추구하는 것"이라며 "북핵 프로그램의 검증 가능한 폐기를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두 지도자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젠 사키 국무부 대변인도 정례브리핑에서 "미국과 중국은 북한과의 외교적 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한반도 비핵화가 관건이라는 시각을 공유하고 있다"며 "(정상회담에서)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잰 숄티 북한자유연합 대표는 이날 두 정상에게 편지를 보내 북송된 탈북 청소년 대책과 탈북자의 북송 중단을 촉구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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