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캐치프레이즈인 '창조경제'실천을 위한 청사진이 공개됐다. 모방을 통해 선두업체를 발 빠르게 따라잡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형 경제를, 시장을 먼저 이끌고 가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형 경제로 바꿔간다는 것이 기본 골자다.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은 5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방안'을 발표했다. 최 장관은 "지난 40여 년간 우리 경제의 성장을 이끈 추격형 전략은 이제 한계에 봉착했으며 이젠 국민창의에 기반한 선도형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이번 계획으로 약 65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고 민간부문까지 합하면 더 많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부는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비타민 프로젝트'을 내놓았다. 비타민은 신체기능을 조절하고 몸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 꼭 필요한 영양소.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가 창조경제에 이런 비타민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미래부는 그 예로 비타민A(Agricultureㆍ농업), 비타민C(Cultureㆍ문화), 비타민F(Foodㆍ식품), 비타민I(Infrastructureㆍ인프라), 비타민S(Safetyㆍ안전) 등을 제시했다. 비타민A는 농작물 재배시설에 센서를 달아 적정 온도와 습도를 자동으로 관리하고, 이상이 발생하면 관리자에게 스마트폰으로 바로 알리는 등 ICT를 통해 농업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사업을 말한다.
또 비타민C는 관광객에게 관광지 정보를 3D 영상이나 증강현실로 제공하는 식. 가짜 양주적발, 수입농산물 추적관리를 위해 무선태그(RFID)를 부착, 식품안전을 높이는 작업은 비타민F 프로젝트에 해당한다. 최근 잇따른 불산누출 사고 등은 비타민S 프로젝트로 해결 가능한데, 예를 들어 공장에 있는 센서가 유해물질 누출을 확인하면 국립환경연구원 등의 데이터베이스로 즉각 연결돼 대응법을 사고 장소에 즉각 전파할 수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과학기술과 ICT를 이용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 기존 산업에 활력을 주는 과제라면 무엇이든 비타민 프로젝트가 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새로운 산업이 만들어지고 새로운 일자도 만들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부는 또 개인 창의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1인 창조기업' 활성화를 위해 자금지원을 확대하고, 특히 대학이나 정부출연연구소의 휴ㆍ겸직을 확대해 창업을 장려키로 했다. 코스닥과 코넥스 등 주식시장과 인수합병(M&A) 관련 규제도 완화해 벤처캐피탈 등 민간 투자자들이 벤처ㆍ중소기업에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아울러 음악,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캐릭터, 뮤지컬 등 '5대 킬러 콘텐츠'와 디지털 콘텐츠를 육성한다.
정부는 이 같은 창조경제 실천을 위해 올해 6조9,000억원을 배정하고 향후 5년간 총 40여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한편 창조경제 실천방안에 대해 일각에선 여전히 모호하고, 대책도 '백화점식'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창조경제라는 화두만큼이나 실천방안 또한 모호한 것이 사실"이라며 "종래에 추진됐던 각종 정책들을 창조경제란 이름으로 다시 묶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창조경제의 주체도 결국은 정부가 아닌 민간과 시장인 만큼 정부가 할 일보다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제시하는 게 훨씬 더 피부에 와 닿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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