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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비리에도… '감시자' 원안위는 올해 회의 한차례 안 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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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비리에도… '감시자' 원안위는 올해 회의 한차례 안 열어

입력
2013.06.0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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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발전소 부품 시험성적서 위조 파문의 1차적인 책임은 원전을 운영하는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게 있다는 게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기본 입장이다. 국내 원전의 안전을 총괄 관리하는 최상위 기관인 원안위의 이 같은 문제인식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극히 안이한 시각이다" "원전 안전에 큰 구멍이 뚫린 현 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원안위 관계자는 "어느 나라든 원전에 성능이 검증된 부품을 설치하는 의무는 사업자에게 부과하고 있으며, (사업자가)의무를 제대로 수행하는지 확인하는 게 (원안위 같은)규제기관의 역할"이라며 "부품 검증 관련 서류를 아예 빠뜨렸다면 모를까 가짜를 진짜인 것처럼 속여서 내는 것은 규제기관 차원에서 확인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원안위가 원전 업체들 사이에서 부품 관련 서류의 위조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파악한 건 지난해 11월 품질보증서 위조 사건이 일어난 이후였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원전안전과 연관된 사항들을 누구보다 정확하고 세밀하게 추적해야 하는 규제기관으로서 허점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원안위가 평소 관리ㆍ감독하는 대상은 한수원뿐이다. "국내 원자력법에 납품업체에 대한 규제는 없고 사업자 규제만 명시돼 있기 때문"이라는 게 원안위의 해명. 이런 상황에서 납품업체들은 자신들이 제작한 원전용 부품을 기기검증업체를 거쳐 시험성적서를 받고, 이 시험성적서를 별도 승인업체로부터 다시 승인받아 원전에 공급한다. 결국 국내 원전은 같은 업계 출신으로 이뤄진 '끼리끼리' 네트워크의 자체적인 검증시스템에 의존해온 것이다.

원안위는 이런 현실을 알면서도, 업계 검증시스템에 참여하는 업체들이 '정상적이고 윤리적으로' 일을 한다는 전제 하에 활동해왔다. 지난해 납품업체가 품질보증서를, 지난달 기기검증업체(새한티이피)가 시험성적서를 위조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전까지 원안위는 이들 업체간에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최종규제기관이 '몰랐다' '알 길이 없다'는 식으로 해명하기엔, 원전안전문제가 너무도 심각하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사실 원전을 운영하는 많은 나라들의 규제기관도 우리와 유사한 구조이긴 하다. 사업자와 거래하는 수많은 업체들까지 일일이 감독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원전 사업자가 여럿인 경쟁 구조라 기본적인 윤리의식이나 자정능력이 작동하는 외국과, 일관된 독과점 구조로 성장해온 우리나라의 원자력 업계를 같은 잣대로 비교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인력 부족만 탓하지 말고 원안위의 손이 직접 미치지 못한다면 간접적으로라도 제3자의 감독이 이뤄지는 우리만의 독특한 안전ㆍ규제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편 원전 안전 관련 주요 의사결정을 하는 위원들의 역할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위원장과 사무처장을 당연직으로 하는 원안위 위원 총 9명이 모이는 회의가 올 들어 한번도 열리지 않았다. "원전 정지 같은 긴급조치는 위원회의 심의, 의결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공식 회의가 아닌 간담회를 갖고 위원들에게 주요 현안에 대해 설명했다"고 원안위는 해명했다. 하지만 간담회는 이번 시험성적서 위조 사건이 알려지기 전이었다.

게다가 현 이은철 위원장이 지난 4월15일 임명됐지만, 사무처장을 제외한 나머지 위원들은 아직 정해지지도 않았다. 지난 정부에서 활동하던 위원들이 임무를 대신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안위 공식 회의는 위원 2명이 요청하면 소집될 수 있지만, 어차피 바뀔 위원들이 민감한 안전 문제에 적극적으로 '총대'를 메고 나서기를 기대하기는 무리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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