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가 자신의 연설을 방해한 시위자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미셸이 4일 워싱턴 북동부 카롤라마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위원회 모금행사에서 자신의 연설을 방해하던 동성애자 활동가와 언쟁했다고 5일 보도했다.
미셸이 12분 가량 연설했을 때 청중 앞 줄에 있던 레즈비언 활동가 엘런 스터츠(56)가 돌연 연설을 막고 큰 소리로 오바마 대통령의 차별 금지 행정명령 서명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미셸은 말을 멈추고 불쾌감을 드러내며 단상 밑으로 내려가 스터츠의 눈을 마주보고는 “내 이야기를 듣거나 아니면 당신이 마이크를 잡아라”며 “당신이 마이크를 잡으면 내가 나갈 테니 당신이 결정해라”고 응수했다. 그러면서 “당신은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고 강하게 말했다.
이에 청중이 “미셸이 떠나서는 안 된다”고 술렁거렸고 스터츠 옆에 있던 여성도 “당신이 나가야 한다”고 외쳤다. 결국 경호원들이 스터츠를 밖으로 데리고 나가면서 소동은 마무리됐다. 스터츠는 나가면서도 “죽기 전에 연방정부가 평등을 실현하는 걸 보고 말겠다”고 소리쳤다.
스터츠는 동성애권리옹호단체 ‘겟 이퀄’ 소속 활동가로 500달러를 내고 행사에 참여했다. 워싱턴포스트는 그가 민주당과 2008년 대선을 앞둔 오바마 캠프에 5,000달러를 기부했다고 전했다.
그는 밖으로 쫓겨난 뒤 가진 인터뷰에서 “미셸이 코 앞까지 다가와 깜짝 놀랐다”며 “미셸이 나를 본보기 같은 걸로 삼으려 했나 본데 전혀 두렵지 않았다”며 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미셸의 태도는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 중 발생한 돌발 상황에 보인 대응과 사뭇 다르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그는 지난달 23일 워싱턴 국방대학에서 반전단체 회원이 수 차례 연설을 가로막자 “들어볼 가치가 있다”고 차분하게 대처한 바 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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