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는 작지만 국가경쟁력이 세계 1, 2위인 나라이다. 교육경쟁력도 상당하다. 이런 경쟁력의 뒤에 싱가포르국립대(NUS)가 있다. 싱가포르국립대는 1905년 개교한 학교로, 100여 개 국가에서 온 교수와 학생들로 구성되어 있다. 타임지 선정 2012년 세계 대학 순위에서 세계 23위, 아시아 2위를 기록했고, 2012년 QS 세계 대학평가에선 세계 25위, 아시아 2위에 올라 있다. 이 대학의 비전은 세계를 리드하는 아시아 중심 대학이다. 당연히 세계를 향해 캠퍼스가 열려 있다. 캠퍼스만 열려 있다고 세계 유수 대학과 연구소, 학생이 모이지는 않는다. 글로벌화를 지향하는 꾸준한 노력들이 합쳐져야 가능한 결과다. 따라서 필자는 이런 싱가포르국립대의 글로벌화 노력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 대학의 글로벌화 노력은 놀라운 수준이다. 우선 하버드대, 듀크대, MIT, 조지아텍 등 국제적으로 최상위권 대학들과 70여 개의 복수 학위를, 35개의 조인트 학위과정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40여 개국의 300개 대학과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또 미국, 유럽, 중국, 인도, 이스라엘 등에 7개의 해외 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해외 캠퍼스는 일부 유수 대학과 파트너 캠퍼스 운영협약을 맺고 NUS 캠퍼스를 운영하는 것이다. 미국 실리콘 밸리의 스탠퍼드대, 필라델피아 바이오 밸리의 펜실베이니아대, 중국 상하이의 푸단대, 베이징의 칭화대 등이 이에 해당된다. 싱가포르국립대는 또 국제연구대학연맹(IARU), 환태평양대학협회(APRU) 등 국제적인 대학연합체에 가입해 대학을 홍보하고, 자신의 수준을 알리고 있다.
특이한 것은 대학 비전인 세계를 리드하는 아시아 중심 대학을 만들기 위해 관련 연구소를 여럿 설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아시아연구소, 남아시아연구소, 글로벌아시아연구소, 중동연구소 등이 그것이다. 이런 아시아 연구와 함께 자본주의 문제, 재정과 위기관리 등 세계의 당면과제에 대한 심층연구를 통해 글로벌 연구기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최근 이 대학은 새로운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미래의 블루오션을 인문학으로 보고 인문학을 중점적으로 발전시켜 아시아의 인문학 허브가 되겠다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올해 미국 예일대와 합작으로 인문교양대학을 건립하고 학부생 150명을 선발하기 시작했다. 인문교양대학에서는 아시아와 서양의 문화를 동시에 학습하도록 하고, 10명 단위수업으로 토론중심의 수업을 실시한다. 이런 싱가포르국립대의 글로벌화 노력은 한국 대학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첫째, 대학의 글로벌에 대한 목표와 방향이 분명하다는 사실이다. 싱가포르국립대의 최종목표는 아시아에 있는 글로벌대학이 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세계 수준의 교육역량 확보와 함께, 아시아에 대한 체계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의 인문학 허브가 되겠다는 포부는 신선한 도전이라 할 만하다.
둘째, 국외 최고의 대학들과 연계를 맺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 유수 연구소와의 공동연구, 협력연수, 최고 대학과의 공동 학위과정 운영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 대학은 더 나아가 외국과 파트너 대학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러한 방식은 분교형식보다 효율성 면에서 유리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셋째, 글로벌 파트너십을 중시한다. 세계 대학연합체와의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대학의 글로벌화 방향 설정 및 대학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국제사회가 당면한 문제연구를 통해 대학이 글로벌 연구기관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아시아에서 싱가포르판 브루킹스연구소가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현재 국내 대학도 변화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에 서 있다. 이제 한국의 대학들도 싱가포르처럼 한국형 글로벌대학을 탄생시킬 때가 되었다.
구자억 한국교육개발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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