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중소기업과 벤처ㆍ개인창업가에게 보유 특허 일부를 공짜로 제공한다. 또 지금까지는 1차 협력업체 위주로 도와줘왔지만, 앞으론 2차 협력업체도 1차 협력업체처럼 지원하기로 했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 선언 20주년(7일)을 맞아 협력업체를 위해 향후 5년간 1조2,000억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상생협력 생태계 조성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5일 밝혔다. 지금까지 내놓았던 협력업체 지원책 가운데 최대 규모다.
우선 1차 협력업체 가운데 우수업체에 대해서는, 규모는 작지만 경쟁력은 삼성에 버금가는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안에 19개 1차 협력업체를 글로벌 강소기업 후보군으로 선정해 지원하고, 2015년까지 50개사로 확대할 예정이다. 삼성 관계자는 "글로벌 강소기업은 그 분야에서 세계 톱5 안에 드는 기업이 된다는 뜻"이라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공동기술개발과 경영ㆍ품질ㆍ생산관리 등에 대한 무상컨설팅이 제공되고 저리대출 또는 무상지원 형식으로 500억원이 지원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역량은 있으나 연구개발 능력이 취약한 1차 협력업체들을 위해서는 생산성 향상 및 연구개발 지원 펀드가 만들어진다. 올해 삼성디스플레이(770억원), 삼성전자(420억원) 등 11개 계열사가 1,770억원을 조성한다.
이번 협력업체 지원책이 종래 대책과 다른 점은, 2차 협력업체들에게 큰 관심을 뒀다는 점. 사실 상생협력의 중요성이 강조된 이후 대부분 대기업들이 1차 협력업체에 대해선 현금으로 결제해주고 단가 후려치기를 자제하는 등 악성관행을 많이 개선했지만, 2차나 3차 협력업체로 가면 낡은 '갑을'관계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게 현실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1차 협력업체들은 별 문제없다. 정말 어려운 곳은 1차 협력업체의 하청기업인 2차 협력업체, 2차 협력업체의 하청회사인 3차 협력업체들이다. 밑으로 내려갈수록 갑을관계는 더 심해진다"고 말했다.
때문에 삼성은 이번 대책을 통해 2차 협력업체에 대한 지원 폭을 크게 넓혔다. 제조현장과 경영 프로세스를 개선해주고, 생산기술을 지원하며, 협력업체 임직원을 교육하는 등 사실상 '멘토'역할을 해준다는 것이다. 원기찬 삼성전자 인사팀장(부사장)은 "과거에는 교육이 1차 업체 중심이었으며 2차 업체는 3분의 1정도였는데 앞으로는 2차 업체를 50%까지 직접 교육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은 1, 2차 협력업체를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ㆍ육성하는 '상생협력아카데미'를 삼성전자에 설립하기로 했다. 내년까지 1,000억원을 들여 수원에 연면적 5,000평 규모로 지어지는 이 아카데미에는 ▲교육센터 ▲전문교수단 ▲청년일자리센터 ▲컨설팅실 ▲상생협력연구실 등이 마련돼 협력업체를 지원하는 종합센터역할을 맡는다.
아울러 협력업체로 한정됐던 특허 무상공개는 중소기업·벤처·개인창업가로 범위가 넓어지고 공개되는 특허종류도 확대된다.
삼성 관계자는 "협력업체를 우대하는 건 20년 전 신경영 선언 때부터 강조했던 것으로 이미 그 때부터 하청업체란 말을 없애고 협력업체로 부르기 시작했다"며 "일회적 일회적 아닌 항구적 지원이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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