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처음으로 전력수급경보 '관심' 단계가 발령됐다. 관심 단계는 전력공급 비정상 상태로 판단하는 첫 번째 관문으로, 최근 원전 3기 가동 중단에 따른 전력난이 현실화하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5일 오전 11시20분 순간 예비전력이 350만㎾ 미만으로 떨어져 '관심' 단계를 발령했다. 한파로 난방 수요가 급증했던 지난해 12월 26일 이후 관심 단계 발령은 처음이다. 관심 단계는 예비전력이 300만㎾~400만㎾인 상태가 20분간 지속되거나 순간 예비전력이 350만㎾ 밑으로 낮아졌을 때 발령된다.
전력거래소는 "서울 낮 최고 기온이 30도에 달하는 등 무더위로 냉방 등의 전력 수요가 급등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3, 4일에도 관심 경보가 예보됐지만 실제 발령에까진 이르지 않았으나 이날 결국 예비전력이 350만㎾ 밑으로까지 뚝 떨어져 버린 것이다.
다만 이날 관심 단계는 37분 만인 오전 11시57분 해제됐다. 점심시간이 시작돼 공장이 가동을 멈추거나 일반 사무실도 업무를 중단해 전력 수요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이날 '준비' 단계(예비전력 400만㎾~500만㎾)는 오전 9시21분과 오후1시16분 두 차례 발령됐다. 준비 단계는 전력경보 1단계이긴 하나, 전력공급과 관련해선 정상 상태로 간주된다. 준비ㆍ관심 단계 이후의 전력경보는 '주의'(예비전력 200만~300만㎾), '경계'(100만~200만㎾), '심각'(0~100만㎾) 등으로 구분된다.
전력당국은 현재 산업체에 절전 보조금을 주고 조업 시간을 조정하는 등의 방법으로 전력 수요를 조절하고 있다. 지난해 절전 보조금 예산지출이 4,000억 원에 달했던 만큼, 가능한 한 자제해 왔던 수요 관리가 이날 시행됐고, 전력 사용에 문제가 없는 범위에서 전압을 낮춰 63만kW 수요를 절감하는 조치도 이뤄졌다.
또 민간자가발전기를 가동해 공급량을 조금이나마 늘리기도 했다. 오후 3시엔 석탄화력발전소에 고열량탄을 넣어 출력을 극대화함으로써 30만kW의 전력 공급량을 확보했다.
하지만 절전보조금도, 민간발전소의 전력구매도, 고열량탄도, 모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조치들. 그만큼 전력확보를 위한 출혈도 커지고 있는 셈이다. 아직 6월인데도 관심경보가 발령되고 전력구매비용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무더위가 본격화될 7~8월엔 상상 이상의 전력상황악화와 천문학적 비용출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당분간 계속 전력수급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며 "현재로선 절전 노력을 더 강화하는 것 외엔 달리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