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 금융권이 주택을 대량으로 사들이며 집값을 올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 보도했다. 덕분에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장기침체를 겪던 미국 주택시장이 활력을 되찾고 있다는 평가가 있지만 주택담보대출 남발로 금융위기를 초래한 월가가 부동산 투기로 또다시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 섞인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 그룹은 최근 미국 9개주에서 주택 2만6,000여채를 구입했다. 로스앤젤레스에 기반을 둔 투자은행 콜로니캐피털도 매달 2억5,000만달러(2,795억원)를 투자하며 지금까지 1만여채를 사들였다. 월가는 금융위기 이후 집값이 폭락한 지역을 중심으로 은행이 압류했거나 파손된 가옥을 우선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하우징펄스는 4월 미국 전역에서 매매된 파손 가옥의 68%를 투자회사가 사들였다고 밝혔다.
대표적 부동산 침체 지역이던 플로리다주, 캘리포니아주 등은 금융자본 유입에 힘입어 전국 주택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광역도시권 150곳의 1분기 단독주택 가격은 전년 대비 11.3% 올랐는데 특히 샌프란시스코와 새크라멘토(이상 캘리포니아), 마이애미(플로리다), 피닉스(애리조나) 등의 상승폭이 컸다.
투자회사들은 현금 결제를 앞세워 매물을 싹쓸이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의 주택 딜러는 "지난해부터 주택 경매 15건에 참가했는데 투자회사에 밀려 한 채도 사지 못했다"며 "특히 은행이 (집값 상승을 기대하며) 압류주택을 내놓지 않아 시장에 물량이 없다"고 말했다. 현재 집값이 금융위기 이전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라 당분간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월가가 차익 실현을 위해 주택을 처분하면 주택경기가 재차 불황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NYT는 "투자회사들이 사들인 집으로 주로 임대사업을 하고 있다"며 "가격이 충분히 오르면 얼마든지 주택을 처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유출 조짐은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콜로니캐피털은 주택투자 펀드를 최근 주식시장에 상장했고 캐링턴홀딩은 "가격이 오르면 보유 주택을 처분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닉스에서는 지난달 주택거래 중 투자회사가 매입한 비율이 25%로, 1년 만에 11%포인트 줄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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