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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6월 6일] 설렁탕과 교육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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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6월 6일] 설렁탕과 교육 혁신

입력
2013.06.05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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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전 자주 들르던 설렁탕집에 오랜만에 갔다. 그런데, 예전에 없던 '특'자 설렁탕이 새로 생겼고, 가격도 1만원이 훨씬 넘는 돈이었다. '그냥' 설렁탕과 '특'자 설렁탕 중에 뭘 시킬까 고민하다가 아무래도 '특'자가 나을 성 싶어 시켜보았다. 그런데 웬걸? 고기 건더기가 조금 들은 것 빼고는 크게 맛의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심지어 '그냥' 설렁탕과 같은 국물에 건더기 조금 섞어서 낸 것이 아닐까 의심스러운 지경이었다. 바로 본전 생각이 났지만 그래도 '특'이니 뭔가 다르겠지하며 식사를 마쳤다. '주문하기 전에 차이점을 물어볼 걸'하는 후회가 앞섰다.

세상이 온통 '특'자 투성이다. 교육에서도 무려 10여 가지가 넘는 다양한 '특'자 고등학교 덕분에 이제 일반고라는 이름은 '특성화'시키지 않아서 '아무런 특성도 없는' 재미없는 학교처럼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고 소위 '스카이' 대학에 대한 학부모의 선호가 바뀐 것도 아니며 입시 전쟁은 예전보다 훨씬 더 치열해졌다고 한다. 비싼 학비를 감당할 수 있는 중산층 이상의 자녀들이 온갖 국제고와 자사고로 몰리니 그런 학비를 감당할 수 없는 서민들의 자녀는 더 이상 그런 계층의 학생들과 섞여서 학창생활을 보내기가 쉽지 않게됐다.

기본적으로 학교의 종류가 다양해진 것은 환영할 일이긴 하다. 예전에 부당하게 무시당하던 실업계 고등학교들이 이제 전문분야를 그야말로 '특성화'하면서 취직도 잘되고 사회적으로도 인정받는 당당한 일원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리도 들린다. 예전에 없던 '대안학교'나 '과학중점고' 같은 곳도 생겼다니 그 또한 내 학창시절과는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하지만 그런 특성화의 바람이 일반 중고교를 마치 낡고 재미없는 곳인 것처럼 고립시키는 방향이 되지않도록 주의를 깊이 기울여야 한다. 특히 부모가 부자인 아이들끼리 모이는 식의 '끼리끼리' 교육이 생기는 것은 아닌지 교육 당국은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이번에 문제된 어느 국제중의 입학 스캔들을 보니 이런 걱정은 더 이상 기우가 아닌 것 같다.

기회의 균등을 보장하는 것이 민주사회의 이념이라면, 자라나는 새싹들을 키우는 교육에서 가장 확실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다양한 품질과 가격의 상품이 자유롭게 경쟁하는게 시장경제라면, 적어도 비싼 상품과 싼 상품 사이에 어떤 차별성이 있는지 소비자는 알 권리가 있다. 하지만 이런 '기회'와 '정보'가 충분히 담보되지 않은 사회라면 그곳은 닫힌 사회이고 고전적 의미의 자유민주+시장경제의 사회와는 거리가 멀다. 다만 강자들이 군림하면서 약자들은 강자가 되고 싶어하는 정글의 모습일 뿐.

그러고보니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대학도 결코 일반적인 국립대는 아니다. 이공계 영재를 길러내는 엘리트 교육기관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주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한다. 설렁탕에 비유하자면 등록금이 전액 국가로부터 지원되는 '특'자 대학이지만 학생과 학부모가 그런 차별성을 체감하면서 사전에 충분한 정보를 갖고 선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입학전형에서도 학생들이 어느 학교에서 공부했든 간에 자신의 잠재력을 마음껏 뽐낼 수 있도록 다양한 전형방식을 구비했다. 또한 학생들을 첫 해 여름방학부터 서구 최고의 대학들에 보내 한창 지적인 흡수력이 좋은 그들로 하여금 세계인의 자질을 키우도록 한다. 더 이상 "공돌이는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1학년에서 3학년까지는 리더십 수업을 통해 사람들을 존중하고 섬기는 리더의 자질을 키운다. 그리고 오직 우리 학교 학생만을 위해 제작된 전자책 교재로 강의한다. 이런 혁신은 기존 이공계 교육이 갖는 한계를 극복해서 '너도나도 오고싶은' 대학으로 만들려는 야무진 포부에서 출발했다. '특'자가 붙은 학교는 그런 학교다운 차별성을 충분히 갖추고 '일반'학교 역시 균형잡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도록 보장해서 그야말로 학생과 학부모의 선택권이 보장받는 시대가 오기를 기대해본다.

김장현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융복합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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