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ㆍ군인ㆍ사학연금 등 공적 연금 수령자 중 연간 4,000만원(월 333만원) 이상의 연금을 받으면서 직장인 자녀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던 고액연금자에게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려던 계획이 5월에서 7월로 세번째 연기됐다. 마지막 단계에서 안전행정부가 제동을 건 탓으로, 결국 부과대상 범위를 축소한 새 개정안이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4,000만원 이상 연금자에게 건보료를 부과하는 '건강보험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5~12일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기존 안은 연금소득ㆍ근로소득ㆍ기타소득(원고료ㆍ강의료 등)의 합계가 4,000만원 이상이면 피부양자에서 제외하는 안이었으나 새 개정안은 '근로소득ㆍ기타소득 합계액이 4,000만원 이상' 또는 '연금소득의 절반이 2,000만원 이상'인 경우 피부양자에서 제외하는 식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되면 부과대상자가 2만4,000명에서 2만2,000명으로 줄어든다. 연 3,900만원의 연금을 받고 기타소득이 200만원인 경우 기존 안에서는 건보료를 내야 하지만 새 개정안에 따르면 피부양자 자격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 물가 변동률을 고려해 부과기준을 매년 증액하거나 감액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도 새로 들어갔다. 부과기준이 되는 연금액의 기준을 4,000만원 이상으로 높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규개위까지 통과해 법제처에서 심의하는 법률을 새로 입법예고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하태욱 안행부 연금복지과장은 "연금소득 형성에 기여한 자기기여분(50%)에까지 건보료를 부과하는 것은 법률적으로 불합리하다고 판단했다"며 "4,000만원 이상의 연금을 받으면 건보료를 내게 하는 정책의 효과도 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액연금 수령자에 대한 건보료 부과 계획은 2012년 처음 추진 이후 은퇴한 고위공무원, 퇴역 장성 등의 반발로 계속 미뤄졌다. 복지부가 2012년 6월 연내에 건보료를 부과하겠다며 관련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했으나 그 해 8월 2013년 시행으로 연기했다. 올해 2월 규제개혁위원회에 안건이 상정된 뒤에는 규개위가 안건을 보류하며 시간을 끌었다. 우여곡절 끝에 규개위가 3월 시행규칙을 통과시키자 복지부는 5월 중 이를 시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에는 안행부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은퇴한 공무원들의 이해관계에 안행부가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새 개정안에 따라 7월 중 건보료를 부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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