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5년을 보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1993년 2월부터 6월까지 장장 4개월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일본 도쿄, 독일 프랑크푸르트를 돌며 회의를 열었다. 이 회장은 국내와 달리 해외에선 철저히 외면당하는 삼성제품의 현주소를 체험했고, 그 동안 본인이 실무진들로부터 보고받았던 내용들이 사실상 ‘사탕발림’에 가깝다는 사실에 격노했다.
이 회장은 6월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캠핀스키 호텔에서 200여명의 임원들과 장장 6시간에 걸친 마라톤 회의를 열었다. 제대로 닫히지 않는 세탁기 뚜껑을 칼로 깎아 맞추는 삼성전자 공장을 촬영한 비디오테이프를 보며“(제품보다) 정신이 썩었다”며 질타했다. 이 자리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는 다 바꿔라”는 주문과 함께 양 아닌 질로 승부하라는 신경영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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