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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 숨진 사건 캐보니… 두 얼굴의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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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아 숨진 사건 캐보니… 두 얼굴의 목사

입력
2013.06.04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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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선 존경 받는 목사였는지는 몰라도 숨겨진 뒷모습은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4일 오전 전북 익산경찰서 형사계. 지난 1월 Y보육원에 있던 뇌병변장애아동 A(6)군이 치료를 받지 못하고 6개월간 방치됐다가 숨진 사건을 조사하던 경찰관들은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피의자인 김모(52)씨가 오갈 데 없는 아이들을 10년 넘게 돌봐오면서 명성을 쌓아오던 교회 목사였기 때문이다.

2000년부터 사비를 털어 보육원을 운영하던 김씨는 7년 전 태어나자마자 보육원 앞에 핏덩이로 버려진 A군을 데려다 키웠다. 김씨는 선천적 뇌병변장애가 있는 A군에게 자신과 부인 황모(48ㆍ목사)씨를 아버지와 엄마라고 부르게 했고, A군도 말은 못했지만 그렇게 따랐다. 그러나 김씨는 2010년 4월 A군이 극심한 변비와 탈수증상으로 쓰러지자, '자식처럼' 키웠다는 A군에 정을 떼기 시작했다. 병원 측은 대변 촉진과 복부 마사지 등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지만 김씨는 별 관심이 없었다. 이후 2년 넘는 동안 김씨가 A군을 병원에 데려가 치료한 것은 19번에 불과했다. 그나마 지난해 8월 1일 이후엔 병원 치료도 끊고 움직이지도 못하는 A군을 방치했다. 식사도 주는 둥 마는 둥 했다. 이 때문에 A군의 병세는 악화했고, 결국 지난 1월 24일 숨졌다. 부검 결과 A군의 사인은 장 폐쇄와 영양실조였다. 대장에는 대변이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보육원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될 당시 A군은 피골이 상접해 있었다.

김씨의 학대행위가 A군에게만 행해진 게 아니다. 김씨는 음식을 훔쳐 먹었다는 이유로 B(11)군을 파리채와 나무막대기로 때리고, C(12)군의 머리카락에 이가 있다며 삭발을 하는가 하면, 말을 안 듣는다며 D(11)양에겐 옷을 주지 않고 씻기지도 않았다. 김씨는 또 점심 때 학교급식을 2, 3번씩 먹고, 목욕도 하지 않아 개인 위생이 불량한 한 보호아동의 초등학교 담임 교사가 상담을 위해 보육원을 찾아오자 "상관하지 말고 돌아가라"며 내쫓은 뒤 이 아동을 다른 학교로 전학시키기까지 했다.

더욱이 김씨는 보육아동(29명)에게 지급되는 생계비와 장애수당 등을 빼돌려 자신의 주머니를 채웠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2008년부터 최근까지 생계비 등을 딸과 자신이 운영하는 교회 장로 등의 인건비 명목 등으로 1억4,000만원을 가로챈 뒤 교회 인쇄물 제작비와 성경책 구입비, 개인 생활비 등으로 쓴 것으로 드러났다. 딸이 미국으로 유학을 가 있는 동안에도 월급 명목으로 1,185만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씨는 경찰은 물론 일부 언론 등을 통해 "아이들에게 가족공동체로서 구성원을 만들어주려고 노력해왔다. 소외된 자와 함께하는 목회 철학을 가지고 살아왔다"며 범행을 부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경찰은 이날 김씨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부인 황씨, 큰딸(23), 작은딸(20), 교회장로 백모(67)씨 등 4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익산=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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