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삼화고속 버스를 타고 서울로 출퇴근하는 양모(39)씨는 삼화고속의 파업예고 소식에 분통을 터뜨렸다. 지난달 13일 출근길에서 파업소식을 듣는 바람에 부랴부랴 지하철을 타느라 지각을 했기 때문이다. 양씨는 "시민의 발이 툭하면 멈추는데 당국은 뭐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야근이 잦아 삼화고속 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직장인 김모(33)씨는 "삼화고속 버스는 2011년 장기간 파업한 뒤로 자주 운행을 중단했다"며 "파업하는데 나름의 사정이 있겠지만 시민을 볼모로 노사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는 없었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삼화고속지회가 사측의 일부 노선 매각 결정 등에 반발, 8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해 인천시민들의 불편이 예상된다. 삼화고속노조는 2011년 37일간의 전면 파업을 벌여 서울로 출퇴근 하는 인천 시민들에 큰 불편을 야기했다.
삼화고속노조는 4일 인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흑자노선인 인천~천안, 인천~아산, 부천~공주간 시외버스 노선 매각 결정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8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회사는 2011년 12개의 광역버스 적자노선을 반납 또는 매각하고 지난해 버스요금을 300원 인상한데다 지난달 광역버스 2개 노선을 추가 매각해 경영여건이 호전됐다"면서 "그런데도 흑자노선을 추가로 매각하려는 것은 저임금에 시달리는 조합원의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구조조정까지 하겠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반면 사측은 지하철 7호선 연장과 수인선 개통에 따른 경영상황 악화, 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청구소송의 원고측 일부 승소로 인한 비용 마련을 위해 노선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사측 관계자는 "체불된 임금을 대출을 받아 주는 힘든 상황"이라며 "노조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부득이 내린 결정"이라고 매각 추진 사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삼화고속 사측은 지난달 20일 경기도에 천안~온양 시외버스 노선 매각을 신고한 데 이어 인천~천안 등 다른 3개 노선도 매각에 나섰다. 삼화고속은 5개 시외버스 노선과 광역·고속버스를 운영 중이다.
앞서 노사는 지난해 4월부터 최근까지 32차례에 걸쳐 2012년 임금 및 단체협상 교섭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면허권자인 인천시와 경기도는 운행 중단에 따른 비상수송대책 마련 이외에는 특별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인천시의 한 관계자는 "준공영제 편입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지만 매년 1,000억원이 투입되는 준공영제 예산을 더 늘릴 수는 없다"면서 "노사가 시민을 볼모로 삼는 일을 중단하고 대화에 나서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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