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라 연주자 리처드 용재 오닐을 중심으로 모인 잘 생긴 청년들의 앙상블 디토는 한국 클래식음악 풍경에서 가장 대중적인 아이콘이다. 2006년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상업적인 기획이 만들어낸 보기 좋은 상품 정도로 여겨지기도 했지만, 참신한 무대를 잇따라 선보이며 많은 팬을 확보했다. 독주나 오케스트라에 비해 인기가 없는 실내악으로 대중에게 이만큼 가까이 다가온 팀은 일찍이 없었다. 리더인 용재 오닐을 비롯해 임동혁과 지용(피아노), 스테판 재키브(바이올린), 마이클 니컬러스(첼로), 다쑨 장(더블베이스) 등 멤버들은 저마다 실력을 인정받는 젊은 스타들이다.
9일 시작하는 2013년 디토 페스티벌의 주제는 서양 클래식음악의 영원한 영웅, 바흐다. 햇수로 7년째인 이번 축제는 '모든 것은 바흐로 돌아간다'는 음악적 고백을, 바흐 작품을 중심으로 다채롭게 구성한 6개의 콘서트로 전달한다. 예술의전당과 LG아트센터에서 열린다. *표 참조
디지털 사운드의 새 옷을 걸친 바흐를 만나는 무대가 눈에 띈다. 19일 열리는 룩셈부르크 출신 피아니스트 프란체스코 트리스타노(32)의 독주회는 바흐와 전자음악을 결합하는 흥미로운 콘서트다. 이 공연의 제목 '먼 길(Long Walk)'은 1705년 스무 살 청년 바흐가 존경하는 작곡가 북스테후드의 음악을 듣기 위해 독일 중부 튀링겐에서 북부 뤼벡까지 2주 동안 걸어간 일화에서 가져왔다. 바흐와 북스테후데의 작품을, 트리스타노가 일렉트로닉을 가미해 편곡한 것과 나란히 연주한다. 피아노만 치는 게 아니라 신시사이저 건반과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고 오디오 콘솔을 조작하면서 바흐 음악을 전자 음향으로 바꾸거나 테크노 리듬을 입혀 새롭게 전달한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바이올린, 비올라, 더블베이스가 각각 독주로 들려주는 15일 공연도 바흐를 새롭게 접근하려는 시도에 속한다. 보통 2, 3일에 걸쳐 완주하는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1~6번)을 각 악기가 2개씩 맡아 한꺼번에 연주한다.
18일 공연은 미국 작곡가들 곡으로 구성한 현대음악 콘서트다. 후앙 라오의 '다시 말해서', 조지 크럼의 '고래 목소리', 존 애덤스의 '그랜드 피아놀라 뮤직'을 연주한다. '다시 말해서'는 비올라와 앙상블을 위한 곡이고, '고래 목소리'는 피아노, 첼로, 플루트가 어울려 빚어내는 신비로운 음악이다. '그랜드 피아놀라 뮤직'은 두 대의 피아노와 30인조 윈드 앙상블이 함께하는 곡으로, 생동감 넘치는 리듬이 일품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가 디토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추는 16일 '격정 바흐'는 바흐의 바이올린협주곡 외에 아르보 패르트가 바흐 이름의 알파벳 코드 B-A-C-H로 작곡한 아르보 패르트의 '콜라주', 바르토크의 '현악 합주를 위한 디베르티멘토'로 바흐를 예찬한다.
디토의 스타, 용재 오닐과 임동혁의 9일 듀오 콘서트로 시작하는 이번 축제는 디토 고정 멤버들이 모두 나와 바흐가 후대에 미친 영향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20일 실내악 공연으로 끝난다. 음악사에서 잊혀졌던 바흐를 복권시킨 멘델스존의 피아노 3중주, 바흐 다음의 슈퍼맨인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대푸가', 현악 삼중주로 편곡한 바흐의 건반음악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다. 앙상블 디토의 폐막 공연은 울산, 부산, 대전, 고양으로 28일까지 이어진다.
◆2013 디토 페스티벌 (www.dittofest.com)
▲리처드 용재 오닐 & 임동혁 듀오=6월 9일 오후 5시, 10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삼색 바흐=6월 15일 오후 5시 LG아트센터. 바이올린, 비올라, 더블베이스 독주로 듣는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전곡.
▲바흐를 탐하다-격정 바흐=6월 16일 오후 5시 LG아트센터.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와 체임버 오케스트라 공연.
▲디토, 노래하라=6월 18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 미국 작곡가들의 현대음악 콘서트.
▲프란체스코 트리스타노 독주회_Long Walk=6월 19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 바흐+디지털.
▲앙상블 디토 리사이틀_코드명 바흐=6월 20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바흐, 베토벤, 멘델스존 실내악. 서울에 이어 22일 울산, 25일 부산, 26일 대전, 28일 고양 공연.
오미환 선임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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