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인과 이슬람교에 대한 잘못된 고정관념을 버려야 합니다."
주사우디아라비아 대사를 끝으로 이달 말 30년 가까운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김종용 대사는 4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슬람이라는 말 자체가 평화에 귀의한다는 뜻"이라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 '한손에 칼, 한 손에 코란' 이라는 말은 과거 이슬람 전사들의 유럽 진출을 극적으로 묘사하고자 서양 역사학자들이 만들어낸 표현"이라며 "인간존중과 평등을 강조하는 이슬람교 역시 본질은 기독교, 불교 등과 다를 게 없다"고 설명했다.
1975년 한국외대 아랍어과에 입학하면서 이슬람 문화와 인연을 맺은 그는대학 졸업 후 카타르로 유학, 국립카타르대에서 이슬람문화사를 전공했다.
이슬람 문화에 대한 열정과 노력 덕분으로 84년 10월 아랍어 특채로 당시 외무부에 들어갔다. 이후 이집트, 바레인, 모로코, 카타르, 사우디 등지에서 근무했고, 본부에서도 중동2과장과 에너지자원대사 등을 역임하는 등 외교관 생활의 절반 이상을 중동에서 근무했다. 이런 이력 때문에 김 대사는 현재 서울의 외교부는 물론 현지 외교가에서도 소문난 '아랍통'으로 꼽힌다. 특히 그의 아랍어 실력은 우리나라 외교가에서 최고로 알려져 있다.
김 대사가 고시가 아닌 특채 출신으로 차관보(1급) 자리(에너지자원대사)까지 오른 건 김항경 전 차관에 이어 두 번째다.
그는 2010년 8월 사우디 대사로 부임한 뒤에는 한ㆍ사우디 원자력협정을 성사시켰고, 작년에는 한ㆍ사우디 수교 50주년을 맞아 중국 등을 제치고 한국이 현지 최대 문화 축제인 자나드리아 주빈국으로 선정되도록 교섭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김 대사는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3일 파리 소재 비정부기구(NGO) 인사이클로피디어 재단으로부터 외교인상을 수상했다.
김 대사는 중동은 우리나라와는 뗄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중동 외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우리가 돈도 벌면서 동시에 현지 자본으로 플랜트 기술과 같은 선진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곳은 중동밖에 없어요. 이를 위해서는 현지 문화에 애정을 갖고 이해하는 동시에 객관적이고 균형 있는 시각을 갖춘 인재 양성이 중요합니다."
공직 생활 기간 가장 보람 있었던 일로 주카타르 대사 시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선거운동을 도운 일을 꼽은 그는 퇴임 후 계획을 묻자 "전문 분야를 살려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백의종군하는 자세로 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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