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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발표 후 여론수렴? 소통 외면한 행복주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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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발표 후 여론수렴? 소통 외면한 행복주택

입력
2013.06.0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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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공원이 들어서기로 예정된 터에 행복주택 건립이라니요?"

3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경춘선 폐선부지(행복주택 예정지)에서 만난 한모(39)씨는 "공릉동에 행복주택이 들어서는데 찬성하느냐"는 질문에 "변변한 휴식공간이 없어 공원이나 문화센터가 들어설 것으로 믿었는데, 정부 발표 이후 주민들의 배신감이 끓어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공릉동을 행복주택 예정지로 선정하며 대학생 주거시설과 녹지가 함께 하는 도시공간으로 조성하겠다고 밝혔지만, 공릉동 주민들은 "원래 공원 자리였으니 딴소리 하지 말라"며 불쾌해했다. 정부가 오랫동안 문화ㆍ휴식공간 건립을 고대해 온 주민들 입장을 조금이라고 이해했다면 '녹지' 운운하진 않았을 거라는 얘기다.

다른 행복주택 예정지 주민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서울 목동 주변에는 행복주택 건립을 반대하는 플래카드가 곳곳에 내걸렸다. 한 주민은 "지금도 주차난이 심해 주말이면 행복주택 예정지 일부가 주차장으로 활용되고 있는데, 행복주택이 들어서면 주차난이 더욱 심해져 목동 전체가 주차장으로 변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 사이에선 "지도만 보고 빈 땅 찍었다"라는 비아냥마저 나도는 상황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행복주택에 대한 주민들의 이런 반감을 님비(Nimby)현상으로 치부하는 분위기다. 국토부는 "법에 근거해 행복주택 예정지를 선정했으며, 절차상 예정지를 선정한 뒤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물론 공무원들이 법을 어겼을 리 없을 것이다. 하지만 행복주택은 박근혜 정부의 주거복지 분야 핵심 공약이었다. "예정지가 선정됐으니 이제 공청회를 열어 여론을 수렴하면 된다"라는 태도로 얼버무릴 사안이 아니라는 말이다.

잠실 행복지구 예정지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절반 이상의 주민들이 행복주택 사업 자체를 잘 모른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민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주택 정책을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발표해버리니 주민들이 반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껏 주민들의 반감을 키워놓고는 뒤늦게 의견을 수렴하겠다니, '국민행복시대'를 부르짖는 정부가 취할 태도는 아닐 것이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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