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140㎡ 아파트에 살고 있는 김모(56)씨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취업한 자녀가 조만간 독립하면, 남는 방 3개를 놀리게 되는 탓이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지만 경기침체로 찾는 이가 없다. 집을 2세대로 분리해 임대하려 해도, 벽이 아파트 하중을 지탱하는 벽식구조 아파트인 탓에 리모델링이 어렵다.
이 같은 고민을 감안해 아파트 시장에 집주인 마음대로 손쉽게 집 구조를 만드는 'DIY 아파트'가 늘고 있다. 구조 변경이 어렵고 평면도 획일적인 기존 아파트와 달리, 가변형 벽체를 이용해 마음대로 집 구조를 변경할 수 있는 아파트가 증가하고 있는 것. 벽 위치를 바꾸는 방식으로 생애주기에 맞춰 방 크기를 조절하고, 소형 아파트를 부분적으로 대형처럼 활용할 수 있다. 예컨대 부모와 자녀가 같이 살다 자녀가 분가하는 경우, 집을 2채로 나눠 임대할 수 있다. 김씨가 굳이 이사 가지 않아도 고민을 덜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다.
모든 벽이 가변형인 평면도 등장했다. 대우건설은 2011년 '마이 프리미엄' 평면을 개발하고 올해 3월 경남 창원시에 분양한 '창원 마린 푸르지오'에 처음 적용했다. 벽 대신 기둥이 아파트 하중을 지탱하는 무량판 구조를 채택해 모든 벽을 움직일 수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론적으론 집집마다 평면이 다르게 설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형 아파트가 분양 시장의 대세가 되면서 'DIY 아파트'는 끝없이 진화하고 있다. 한화건설이 지난해 내놓은 '스마트핏'평면은 특별한 공사 없이 집 구조를 변경할 수 있다. '무빙퍼니처(가구 형태의 이동식 벽)'를 움직여 나란히 붙은 양쪽 방의 크기를 조절하거나, 하나의 공간으로 만드는 식이다. 한화건설관계자는 "적은 평면이라도 크게 활용하고 싶어하는 수요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평면을 개발했다"면서 "아직까지 시공실적은 없지만, 무량판 구조가 일반화되고 있는 만큼 DIY아파트도 늘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DIY평면'도 단점이 있다. 공사비와 개발비가 높다는 것. 대우건설 관계자는 "평면이 다양하니 공사비가 많이 들어 보급을 전면적으로 확대하지는 못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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