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0mm 초대형 신발에서부터 소아마비 보조신발까지. 장애인들을 위한 맞춤형 신발입니다"
남궁한협(41) 세창정형제화연구소(세창제화) 총무는 부스를 찾은 관람객들에게 이같이 설명했다.
관람객들은 신기한 듯 부스 앞을 서성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무게만 500g이 나가는 '왕발'남성용 구두에서부터 유독 앞꿈치만 강조한 소아마비 교정화까지. 남궁 총무 앞에 진열된 다섯 켤레의 신발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남궁 총무의 아버지인 남궁정부(72) 세창제화 대표는 장애인이다. 1995년 교통사고로 오른팔을 잃었다. 교통사고가 나기 전 구두공이었던 그는 이듬해 장애인들을 위한 맞춤형 신발을 제작하기 위해 회사를 설립했다. 그렇게 '장애인에 의한, 장애인을 위한, 장애인의 기업'이 탄생했다.
그러나 한쪽 팔로 구두를 제작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양팔을 다 사용할 때와 비교해 3배 이상 시간이 걸렸다. 그는 "구두제작이 버겁다고 느낄 때 마다 오히려 더 강한 동기부여가 생겼다"며 "림프부종으로 발만 비대해진 고객, 교정화가 필요한 소아마비 장애인등 그들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창제화의 부스가 설치된 곳은 '제2회 희망서울 구매엑스포가'가 열리고 있는 서울 대치동 무역전시관(SETEC)이다. 서울시와 대한상공회의소가 4~5일 이틀간 공동 개최하는 이번 엑스포에는 중증장애인시설 사회적기업 장애인기업 등 이른바 '희망기업' 135개 업체가 참여해 제품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약 6,000㎡ 규모의 전시관에는 167개 부스가 설치됐고, 이날 하루만 6,000명이 넘는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았다.
세창제화 등 92개 기업이 참여한 '오감만족 스토어'에서는 저소득층 근로자들이 모여 만든 리폼자전거, 장애인들이 만든 복사용지, 인쇄물 등 오피스용품ㆍ산업제품ㆍ생활용품 등 제조물품을 선보였다. 사회적기업 리드릭의 박경자 총무기획팀장은 "현재 총 75명의 직원 중 50명이 중증장애인 근로자"라며 "'장애인들이 만든 제품은 품질이 떨어진다'거나 '장애인들은 국민들 세금으로 먹고 사는 수동적 존재'라는 사회적 편견을 바꾸기 위해 엑스포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번 엑스포가 유형의 제품만 전시하는 것은 아니다. 43개사가 참여한 '기술 거래 마켓'에서는 청소ㆍ택배용역, 돌봄서비스, 문화ㆍ예술 등 서비스를 선보였다. 특히 '기술 거래 마켓'에는 언어 장애를 가진 예술인의 '창작동화 퍼포먼스', 한국장애인국제예술단의 '장애인 드림콘서트'를 비롯해 문화ㆍ예술서비스 분야 기업들이 다양한 공연을 펼쳤다.
이 밖에도 이날 행사장에는 '희망기업 전문가 상담부스'가 설치돼 경영전략, 마케팅, 인사ㆍ노무 등 경영전반에 걸친 1대1 무료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경영역량 강화를 위한 비즈니스 상담이 이뤄졌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이번 엑스포를 통해 우수한 희망기업의 제품이 널리 소개돼 안정적 판로 개척은 물론 역량강화의 기회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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